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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은 Dec 27. 2024

[엄마의 자동차] 청계산로

엄마는 집중 치료실에서 3개월을 보냈다. 보호자 면회로 주어진 10분 사이에 수면 치료로 잠들어 있는 엄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엄마의 귓가에 찬송가를 부르고,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한다. 대체로 심각한 공기 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듣는다. 내 인생의 모든 담대한 마음가짐을 동원해 보지만 마음은 꼼짝없이 헝클어진다. 부서진 가슴을 대충이라도 주워 담아야 한다.     


그 마음 그대로 서울 회사 출근길에 올라야 할 땐 끔찍하게 싫어하던, 막히는 도로가 오히려 숨통이었다(분명히 하나님이 주신 하프 타임이었다!). 무엇을 한다 해도 그때 운전보다 나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나는 충분히 정지할 수 있었으니까. 짧고 빠른 경부 고속도로 대신 길고 느린 양재 청계산로로 향했다. 저절로 만들어진 드라이브 코스였다. 운전대를 꽉 잡은 굳은 몸을 아주 조금 부드럽게 만드는 장치들 – 자동차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대왕저수지의 풍경과 청계산으로 향하는 등산객의 발걸음, 화훼농장과 조경농원의 운치. 그렇게 엄마가 가르쳐준 드라이브로 그 시절을 겨우 살아냈다. 

그림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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