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문턱 앞에서 나는 낑낑거린다. 그럴 때마다 도리어 서른 살다운 늠름한 표정을 짓는다(속으로는 몇 번이고 주저앉아 울면서). 엄마는 무력하게 휠체어에 앉아 나의 도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만만해 보이던 언덕과 틈이 휠체어 바퀴를 쥐락펴락한다. 나는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도 울고 갈 집중력과 순발력으로 휠체어를 운전한다. 미묘한 조향과 속도 차이에 엄마가 닿을 수 있는 곳이 달렸으니까. 엄마는 내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줘버렸다. 운전대 잡기를 좋아한 엄마의 심정을 가늠해보면 가슴이 시려온다.
그림 성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