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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은 Dec 27. 2024

[엄마의 자동차] 데려다줄까?

구 남친이자 현 남편은 우리의 ‘썸’ 시절에 발휘한 본인의 유혹 기술을 ‘미스트 기법’이라 부른다. 기체인지 액체인지 불분명한 미립자를 계속 맞다 보면 어느새 흠뻑 젖는 것처럼, 가볍고도 꾸준한 사랑이 깊숙이 스며드는 거란다. 연애 시절 뻔해도 빠질 수 없는 멘트 “데려다줄까?”가 그 유혹의 미립자였다. 그는 1989년식 BMW E30 3시리즈를 몰고 왕복 90km 거리를 성실히 오고 가며 내게 그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심지어 수동변속기 자동차였다. 변속할 때마다 클러치를 일일이 밟아야 하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까지 쉴 새 없이 밟아야 하니 도가니가 남아나질 않았을 터(그래도 운전이 즐겁고 끝내주게 예쁜 차였다). 러브가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지구력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동선에 기꺼이 들어가는 일, 나를 자동차에 태워주는 행동은 지극한 사랑의 언어이다. 

그림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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