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은란 Oct 17. 2017

나는 눈물도 아까운 여자입니다 /

나에게 뒤를 돌아보는 일은 늘 힘든 일이었다.
그를 만나고 헤어지던 그 아쉬운 끝인사가 그러했고, 

이제 영영 안 볼 것처럼 돌아서던 그 길 위에서의 내가 그러했으며 

지금 이렇게 또다시 마음에 둔 누군갈 보내고 난 후가 그러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들키는 일은 언제나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기에

되도록 늦게, 되도록 아주 멀리에서, 

그래서 그가 나를 돌아보거나 돌아보지 않거나 아무 상관없이 

아주 잠깐 그가 떠나간 길을 응시하다가 

다시 내 길을 갈 수 있을 정도로만 허락하기로 한다. 


누구도 마음에 담지 않으며, 

그래서 그 누구에게든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으로 

의미 없는 말들은 그냥 의미 없는 말 그대로 둘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그를 돌아보지 않으련다. 


내 미련으로 나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겨우 그러한 것으로 약한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약한 것은 언제나 그르다. 

나는 꿋꿋이, 내가 아닌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내가 내가 아닌 채로. 그를 그가 아닌 채로. 

이 순간의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픈 것은 너무 아프고, 쓰린 것은 너무 쓰리기에 

다쳐도 다치지 않은 척 못내 웃고만 싶다. 

그렇게 그와 나의 만남을 그저 젊은 날의 무의미한 것으로 낭비해버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종장[終章]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