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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Apr 06. 2018

빚이 하는 일 /

머언 북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새하얀 줄기 타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풍

창호지가 찢긴 틈새 사이로 아낌없이 퍼붓는다.


어미는 미련하지 못해

그 틈을 미처 매우지 못했다

흔들리다 깬 아이는

제 살갗이 채 다 여물지 못해

온몸으로 추위를 무릅쓴다.


어미의 눈물 한 방울

송골송골 맺힌 그것은

기인 밤 동안 처마 끝 고드름이 되어

칼날 같이 맺힌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아직 고사리 같은 손

피어나지 못한 영화[榮華]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의 광경은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어미는 알까

기인 밤 동안 처마 끝 고드름 바라보며

아이가 꾸었던 꿈들.


된장 내음새 가득한 광경

식탁 위 마주 보며 앉은 두 사람

서로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잠이 덜 깬 아이가 거실에 나와서면

완성의 순간.


새근새근 어느새 잠이 든 아이의 모습

그것은 모두 의심 없이 빚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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