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언 북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새하얀 줄기 타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풍
창호지가 찢긴 틈새 사이로 아낌없이 퍼붓는다.
어미는 미련하지 못해
그 틈을 미처 매우지 못했다
흔들리다 깬 아이는
제 살갗이 채 다 여물지 못해
온몸으로 추위를 무릅쓴다.
어미의 눈물 한 방울
송골송골 맺힌 그것은
기인 밤 동안 처마 끝 고드름이 되어
칼날 같이 맺힌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아직 고사리 같은 손
피어나지 못한 영화[榮華]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의 광경은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어미는 알까
기인 밤 동안 처마 끝 고드름 바라보며
아이가 꾸었던 꿈들.
된장 내음새 가득한 광경
식탁 위 마주 보며 앉은 두 사람
서로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잠이 덜 깬 아이가 거실에 나와서면
완성의 순간.
새근새근 어느새 잠이 든 아이의 모습
그것은 모두 의심 없이 빚이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