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리 피던 그 날
치장[治粧] 고이하신 내 님께 옵서는
꽃이 될 줄 알았나
삵 같은 나에게 연서[戀書]를 줄 적에는
품속의 근심 또한 잊어버렸으리라
부드러운 금침[衾枕] 속 입맞춤 오가고
달 같은 내 그대는 분홍빛 물들어
새색시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네
잡는 척하다 부러 놓은 내 손길은
님 마음 더욱 푸르게 하여
일과[日課]를 안달 나게 하고
멀어질 듯 지척[指尺]에 둔 향기가
님 방 안을 가득 채우니
그대 정녕 꽃이 될 줄 알았나 싶소
먼 거리도 한달음에,
내 그대에게 더 이상 줄 것 없으니
이제 꽃이 되어 자리보전[자리保全]하고
영영[永永] 나를 기다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