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은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은란 Dec 01. 2018

나는 그댈 잊지 못하고, 그댄 나를 그리지 않는 밤 /

나는 그댈 잊지 못하고

그댄 나를 그리지 않는 밤

한동안 멀리 있던 펜은 내 손에 들려서

나와 그대의 이야기를 적어 내리기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처음 알게 되던 날...

혹은

조금 다른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그대를 알게 되던 날...

그 어디쯤이 좋은 지 몰라서

나는 날씨가 아주 좋았노라, 아름다운 세상이었노라. 써 내려간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건 아니었으나

몇 마디 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던 그대가 좋았다

따스한 목소리도, 지칠 것 같이 지치지 않던 배려도

그 모든 것이 다 꿈만 같다고 느껴질 만큼 소중했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서로 처음 마주하던 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그대가

내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던 날

의미 없는 입맞춤에, 킥킥대며 웃던 날

가슴이 두근거려버렸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참을 망설이던 결론을

그댄 대신 내려주기라도 하듯

선을 그었고

그 결론이 너무나 나를 걱정하며 내린 것이라

받은 상처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다 알아주던 그대가 그리웠다


그대의 배려에

상흔이 자꾸만 벌어지는 바람에

나는 아마 처음으로 그대에게 화를 내었다

더 이상은 주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는지 모른다

그때 그대가 흘린 눈물이

또 한 번 나 자신보다 그대를 걱정하게 만든 것은

그대의 탓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은 길어졌다

예상보다 두텁고 길쭉이 이어진 그 점들을 따라

그대는 무엇을 쓰려하는 것인가

모를 날이 많았다.


당신을 믿기에는 나는 너무 많은 마음을 그대에게 주었고,

끊임없이 함께 그 점을 이어가 보기에는

꽤 많은 두려움이, 그런 밤들이 나를 엄습해왔다.

그래서 더 그대의 품이 달콤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멈추었다

모든 고민과 모든 상처가 새 살이 돋아난 듯

모두 잊게 해 주었다

낮부터 밤까지, 그댈 자꾸만 잡아끄던 내 손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댄 아마 영영 알지 못하겠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때때로 나는 그대에게 묻고 싶었지만

내게 할 말이, 또 한 번 나를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게 될까 봐

그래서 거기서 모두 끝이 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외로웠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외로운 그대의 품이

나는 자꾸만 더 좋아지는 이유를 알 수 없겠다

'애정'이라는 두 글자 외에는.

매거진의 이전글 집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