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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Nov 27. 2016

열아홉 밤 /

그 날과 같았다

조금 쌀쌀한 날씨였고 해가 일찍 진 탓에 이미 어둑어둑해진 도로가 보였다

택시는 무미건조하게 움직였고 목적지는 아직 멀었다

하안색 이어팟에선 그가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왔고, 순간 그의 웃음이 떠올랐다.


흔들리는 전철과 엷은 미소

'Warm on a cold night'

그 노래 제목처럼 차가운 밤 위의 따뜻함이었다.


한겨울을 달리는 열차와 작은 두근거림

단 두 발 짝을 사이에 둔 수줍은 대화,

사소한 것 까지도 모두 기억해내던

그의 배려와 자꾸만 붉어지던 내 얼굴..

그 날의 불빛, 공기, 냄새와 사람들..


다시 정신을 차리면 그러한 밤에 와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뒤 네온사인이 빛나는 어둔 골목길, 인적이 드문 조용한 분위기의 바bar가 보였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늘 그랬듯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까맣게 지우고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하는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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