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과 같았다
조금 쌀쌀한 날씨였고 해가 일찍 진 탓에 이미 어둑어둑해진 도로가 보였다
택시는 무미건조하게 움직였고 목적지는 아직 멀었다
하안색 이어팟에선 그가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왔고, 순간 그의 웃음이 떠올랐다.
흔들리는 전철과 엷은 미소
'Warm on a cold night'
그 노래 제목처럼 차가운 밤 위의 따뜻함이었다.
한겨울을 달리는 열차와 작은 두근거림
단 두 발 짝을 사이에 둔 수줍은 대화,
사소한 것 까지도 모두 기억해내던
그의 배려와 자꾸만 붉어지던 내 얼굴..
그 날의 불빛, 공기, 냄새와 사람들..
다시 정신을 차리면 그러한 밤에 와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뒤 네온사인이 빛나는 어둔 골목길, 인적이 드문 조용한 분위기의 바bar가 보였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늘 그랬듯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까맣게 지우고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하는 그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