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잊기를..
봄이 왔는 줄도 모른 채로
또 한 번 스쳐가기를
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며
슬피 우는 일 없도록
아주 멀리로 달아나기를..
아직 오지 않은 봄
이르다 하기에는 수많은 세월,
겨울은 길고도 암담하구나
나의 마음 그대의 마음
이대로 차갑고 차갑게 영원하기를..
낡은 연서는 부는 바람에도 쉬이 부서지고
깊은 사랑의 말들은 차단한 벽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갔다.
..이제 더는 꽃을 피우거나
햇살을 마주하지 않기를
봄을 잊기를..
간절히 바라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