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가 살아갈 유일한 희망은 순수 인간을 발견하는 것일까. 라지B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지미는 순수 인간을 필요로 했고, 계약은 지독한 무언가를 되물림 했다. 유전 정보처럼 강력하게.
이 아이가 지미를 만나는 날엔 필연적으로 계약이 체결될 것이다.
아이는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조되어 순수 인간으로서 느끼는 오감을, 손바닥에 통통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혓바닥을 굴려 그것을 할짝거리는 감각을 지미에게 선사해야 할 것이다.
명백한 결론이다.
싸늘한 확신이고 뜨거운 비애였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버린 아이의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면서 생각했다.
“리틀B” 지미가 나를 불렀다.
지미가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의 공간 한 켠에서 지미가 나를 부르고, 나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리틀B” 다시 불렀다. 그때 지미의 목소리가 어떤 소리와 무척 닮아 있다고 느꼈다.
“리틀B” 나는 또다시 불렸다. 무언가와 닮은 소리로.
나는 그 실체를 찾아 모래알을 휘적이듯이 셔터를 눌렀다. 광인들의 충혈된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카락들. 반복되는 동작.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댄스와 리듬과 근육이 수축되는 절경들.
“리틀B” 지미가 다시 나를 부르자 나는 아이가 나를 붙잡고 작디 작은 목소리로 또렷하게 주장한 그 하나의 단어를 연상했다. “엄마”
지미가 자신을 안아 달라며 나를 불렀던 목소리는 사실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지미는 순수 인간을 필요로 했다. 어머니와 닮은 존재를. 어머니와 같은 존재를. 그리고 어머니와 맞닿았던 감촉을. 그것을 다시 느끼고 즐거워하고 다시 아이가 될 수 있는 일말의 방식을.
그때 나는 막중한 두려움이 단전부터 끓어올라 이마로 덮치고 있음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은 표피를 찰랑이며 은근하게 스치는 액체의 감각이 달래 주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액체는 막중한 두려움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혼미했다. 찰랑이는 물결은 조금 더 찰랑였다.
기지개를 켜듯 뻐개지는 근육을 최대한 기다랗게 늘이자 물결이 조금 더 찰랑였다. 몸이 녹아 내릴 듯한 온기의 물웅덩이가 나의 둔부에서 얕은 파고를 일었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감각이었다.
온기의 물결과 비릿한 냄새, 그리고 한 남자의 호기심 어린 눈.
나의 계획자, 설계자, 생산자, 창조자. 나의 어머니, 아버지. 나와 가장 처음 눈을 맞추고 내게 영혼을 불어넣어 준 절대자, 라지B.
그가 나를 향해 커다란 입술 끝에 미소를 매달았다. 그 어떠한 위반과 미흡한 이행도 용서해줄 것 같은 자애로운 미소였다. 오롯이 내게 자비를 베풀기 위한 존재와 같이.
“리틀B∙∙∙∙∙∙. 나의 사진 찍는 아들이 태어났구나.”
그는 자궁 캡슐에서 찰랑거리는 따끈한 양수 속으로 금빛으로 개조된 커다란 손을 뻗었다. 그것을 더러워 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감화되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제는 캡슐을 벗어나 지면을 밟아야 할 차례라는 것을.
자애로운 나의 아버지는 처음 세상으로 발을 뻗는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었다.
몽롱한 의식 아래에서 무의식이 속삭였다. 아버지에게 의지하라고.
나는 아버지에게 몸을 맡겼고, 아버지는 나를 개조실로 부축해 다리가 잘리고 척추에 못이 박히는 동안 나를 지켜주었다.
나는 아버지와 같이 손을 뻗었다.
나는 손을 뻗었다. 막중한 두려움을 안고. 입술을 꿈지럭거리며 엄마를 찾는 순수 인간, 아이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