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는 지미는 개조하지 않은 광대뼈 위로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땀방울을.
언젠가 나는 순수 인간의 발견에 대해서 지미와 대화 중이었다. 순수 인간 태생인 지미와 순수 인간의 발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과 그 무언가에 대해 떠드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줄곧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햇살이 따사로워 기분이 좋은 날이 있는 것처럼,
젖었던 옷이 마르고, 곰팡이가 죽어가고, 미소가 스미고, 누군가가 보고싶어지는 것처럼,
평소와 달라 능청스러워지는 날이 있는 것처럼,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날 지미에게 어떤 질문을 건넸다. 그리고 지미는 대답했다.
“그 감각으로 나의 감각을 되찾을 거야.” 간결하고 단호했다.
나는 그 명료한 주장에 슬며시 속아넘어갈 뻔 했으나, 잠시 멈춰서 뒤늦게 놀라고 말았다.
내가 했던 질문은 “지미, 만약에 순수 인간을 발견하면 넌 어떻게 할 것 같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감각으로. 나의 감각을. 되찾는 다는 것.
“알면서 왜 그래?” 지미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B, 나는 수 만 명을 위해 그 짓을 하는데, 왜 나는 누려선 안된다고 생각해?”
익숙한 얼굴의 지미. 서운한 얼굴의 지미. 당연한 말과 당연한 얼굴. 날마다 수만 명에게 자신의 오르가즘을 희생하는 지미.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미로서 당연한 말과 당연한 얼굴을 한다는 건 그를 새로 알게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있던 지미는 내가 지닌 환상 속의 존재일지 모른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지미는 왜 당연한 말을 하면 안되는 걸까? 왜? 모르겠다. 지미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건가? 안돼? 대체 왜?
‘지미잖아∙∙∙∙∙. 지미잖아∙∙∙∙∙∙.’ 지미는 뭘까?
지미는 내내 신체가 개조되는 상황에서 순수 인간의 시절을 회상했잖아. 그저 이 하나의 사실이 나를 가로막는 이유의 전부였다. 나는 막연하게 가로막혔다. 내가 나를 몰라서 분수를 이해할 수 없었던 날이 생각났다. 지미가 생각하는 포토그래퍼란 분수라는 시스템의 미적 감수성을 이해해야 했던 날. 꼼짝없이 가로막혔던 날.
하지만 오늘은 지미를 이토록 몰라서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안되는 걸까? 지미는 왜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걸까? 왜? 나는 계속해서 나에게 물었다.
지미는 서운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광대뼈 위로 물방울이 흘렀고 내면의 광채를 암시하듯 반짝였다. 빛을 머금어 열이 오른 눈물이었다.
순수 인간의 감각에 대한 향수와 자신의 감각에 대한 갈망의 눈물. 과거의 감각을 되찾고 싶은 욕구의 눈물. 도둑 맞은 감각에 대한 분노. 격렬하게 날뛰고 퍼덕거려도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을 향한 분노와 자신의 온전한 존재에 대한 갈망을.
그때 나는 직감했다.
언젠가 지미는 계약을 외면할 것이라고.
그리고 떠날 것이다. 지미는 떠날 것이다. 어디로든.
이미 떠났을 지도 모른다.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나는 머저리같이 이제야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떠났다. 접촉 단자를 삽입했던 날, 앰프가 되었던 날, 기타 연습에 매진하던 수 많은 날들 중 하루. 라지B를 만났던 날. 통통한 빗물을 핥아 마셨던 날. 순수 인간의 시절을 그리워하던 모든 순간에 그는 이 도시를 떠나고 없었다. 도시의 존재 조차 알지 못했던 날에도.
그는 수 백 번, 수 천 번, 수 만 번 떠났다.
순수 인간이 그리운 그 모든 순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