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B - 1

by 송혜미

자정에 뜬 태양이 흔들거리고, 드러머의 상완근이 들썩거리고, 마젠타 머리카락이 풀썩거렸다.

어쩌면 이 공간은 고요할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할지도 모른다.

방사능 먼지와 비릿한 습내와 안개 속에 지워지고 있는 도시처럼.


그렇다.


도시는 지워지고 있다.

도시는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 그렇게 속삭인다.

이 도시는 소멸되고 있어.

땅이 무너지고 있어.

숲이 썩어버린 것처럼.


아니, 도시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있는 곳은?

나는 무엇 위에 서 있는가?


그러나 지워지고 있다.

무언가가.

그렇지, 내가.

개조한 다리와 척추의 뼈대를 남기고.


다리와 척추의 뼈대는 중력을 거슬러 저 검은 바탕의 척박한 공간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나는 안개가 되어가고 있다.

카메라도 남기고.

식별자도 동동 떠다닌다.

빛으로 남아서.


B. B. B. XY. 하늘을 나는 B. 깜빡. 글자 B. Y. X.


“악!”


흩어지던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모여서 응축되고 선명해졌다. 어떤 미친 놈이 완전히 정신이 나가 몸을 비틀어 대다가 팔꿈치로 나의 복장뼈를 때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나자빠졌다. 고통에 나뒹굴 새도 없이 지미의 음악에 녹아버린 광인들에게 밟힐까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나의 의식은 잠시 기절했을 지도 모른다.


그때, 가시권에 무언가 스쳤고 구체적인 생각에 다다르기 전 나는 튕겨 나갔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뻗어 위치를 옮겨갔고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잽싸게 품에 안고 다리를 뻗어 공연장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넘어갔다.


아이를 구석으로 치우느라 허비한 5초 남짓. 카메라 셔터가 5초 남짓 눌리지 않았다. 계약 불성실 이행으로 조만간 징계에 처할 위기였지만, 나는 말랑한 뼈 마디와 어떤 형태로든 찌그러질 것 같은 보드라운 살덩이의 압각에 제압당했다. 흩어지던 존재는 다시 모여 내가 되었고, 대신 후환과 두려움이 흩어졌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왜 자신을 순식간에 낚아챘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아니다. 뼛속까지 무른 몸을 강하게 움켜쥔 이유에 대해서,

아니, 검지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리던 그림을 빼앗긴 아이처럼,

혹은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영문도 모르는 아이처럼,

무수한 질문을 쏟아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표정은 내 미래의 거울이었다. 나도 아이를 따라 얼굴을 구겼다. 눈에 이슬이 맺히고∙∙∙∙∙∙. 앙 다문 입술에 아주 작은 사탕 알갱이를 밀어 넣은 모양처럼 입술을 동그랗게 모았다. 그 거울은 어떤 얼굴을 비추었을까.


나의 모습은.


하지만 아이가 그 순간을 기억할지 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1초를 수만 번 쪼개야 할 만큼 모든 시간이 소멸하기 직전의 찰나였다. 나는 그 울 것 같은 표정의 아이를 공연장 구석 인적이 드문 곳에 내려놓고 나뒹구는 무대 자재로 가려 두었다. 내가 떠나려 하자 아이는 입을 벌려 작은 알사탕을 놓친 입술을 했다.


잃어버린 달콤함을 찾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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