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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사업으로 서비스기획하면 겪게 되는 일

장점 편

by 팜워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대기업이긴 하지만, 대기업 매출미라 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매출액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직 구성과 협업 진행 사항에서 R&R 관련 회색지대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일이 몰리게 되고, 모르는데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인지 감사하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처음 하는 경험들이 강렬하기에 기억도 더 잘 난다. 아마 3년 후에 이 글을 보면 '아 그때 잘 배웠지'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약 5개월간 지나온 과정을 남겨보려 한다.




1. 일단 겁나 많이 배울 수 있다.

나처럼 성장에 목마른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앱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도, 일했던 가닥이 있다면 폭풍 성장 및 재미를 일을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분명 대기업이기 때문에 자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파트너사를 분명히 구해서 하게 된다. 이때, 기본적인 서비스 기획에 대해 다양하게 물어보고 배울 수 있고, 타사사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있는 농기계 회사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더 유니크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많이 배울 수 있다.


어떤 것을 배웠는지 꼽아보자면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1) 웹/앱 서비스 기획의 큰 틀을 배울 수 있었다.

앱 서비스 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원은 사내에 거의 없다. 그 과정에서 개발사, PM 커뮤니티(맥비 기획), 주변 마케팅 사업가, 내부 소수 플랫폼 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해 실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갈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계획만 세우는 것과 실제 실무를 쳐내는 것은 천지 차이의 경험이다. 실제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기획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고, 그것이 기술적 구현이 가능한지, 법적인 이슈는 없는지 검토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나고 보니 이때가 제일 재밌는 거 같긴 하다. 지금은 마케팅 준비와 사업자 검토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또 지나고 보면 잘 배우는 시간일 것으로 보인다.


2) 내부 부서와의 소통을 통해 트랙터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신사업에서 스마트팜 검토는 했지만, 트랙터에 대한 이해도는 또 별개의 영역이었다. 어깨너머로는 산업계의 특성은 이해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특성에 따른 앱 UI/UX 설계, 농번기 시즈널리티에 따른 앱의 지표 설정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다양하게 검토하는 결과값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 경험이 현재 경험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필자도 잘 몰랐지만 기존 신사업팀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던 경제성 분석, 기본적인 기업 현황파악, 스피치, 전문가 섭외 등이 현재 서비스 기획할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필자는 신사업팀에서 약 1년 반동안 멘땅에 헤딩하면서 CEO 보고도 격주로 직접 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비스 기획도 결국 하나의 사업이기에 사업성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앱기획은 UI/UX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을 디벨롭하는 관점에서 앱을 설계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성 분석, 비즈니스 모델 수립, 타사 기업재무현황 파악 등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신사업을 하려면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서 어색함이 있으면 안 된다. 전문가라 하면 정말 바쁘지 않겠는가? 단순히 내가 메일 보내거나 전화했다고 만나줄까? 아니다. 그들이 우리와 만날 명분과 당위성을 분명히 주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간단한 찌라시?(PT) 자료 라도 만들어서 들고 가야 한다. 그것을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 전문가를 많이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 소위말하는 전문가 집단은 사짜(?)들이 많기 때문이다 ^^ 나름대로 필터링하고 만나더라도 만날 때는 그럴싸 하지만 나중에 구글링 해보면 틀린 말 투성이도 많기도 했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된다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 기획 일을 할 때도 전문가인 개발사와 수많은 소통을 하고, 내부 소통도 PT를 몇 번을 하고, CEO 보고까지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국 본질적인 일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는 것은 정리해서 추진해 내고, 모르는 내용은 전문가를 찾아가서 물어보고 자사의 상황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저 자기 아는 대로만 하려고 한다. 왜냐면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2. 스타트업보다는 도움 받을 수 있는 팀들이 많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한 필자의 느낌 상, 스타트업은 체계라는 자체가 있을 수가 없는 구조이다. 내일도 알 수 없는데 프로세스가 어쩌고저쩌고 하면 오늘 바로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조 대기업은 IT 쪽은 빈약할 수 있더라도, 트랙터 업에 대해서는 프로세스가 잘 짜여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임직원 구성이 탄탄하다. 국내영업, CS, 해외 법인, 전략팀, 연구기획, 연구소 등 아주 체계적으로 굴러간다.(물론, 주관적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 관련하여 모르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고, 빠르게 내부인원들 인터뷰 만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부서가 서로 견제하는 역할도 해줄 수 있다 보니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에서 회사가 프로세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 순간에 재무적으로 몰락하는 것을 경험한 이상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가 중간정도인 대기업 제조사에서 서비스기획을 하게 되면 겪게 되는 진통들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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