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19화
나도 잘하고 싶었다.
사랑을 주고, 웃어주고,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왜
좋은 사람들 틈에서
나만 나쁜 엄마가 되는 걸까.
오늘은 병원 확인차 들르는 날이었다.
예약은 내가 걸고
아빠는 젤리와 사탕으로 아이들을 유인해 데리고 왔다.
첫째는 해달라는 걸 끝도 없이 요구했다.
나는 다 들어줬다.
싸우기 싫었다.
또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전쟁은 재개됐다.
“맘마 밖에!”
첫째가 울었다.
여행지에서 보여준 미디어 식사가 습관이 되어버린 탓일까.
밖에서 밥을 먹으면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걸 기억한 아이는
울음을 멈출 줄 몰랐다.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들쳐 업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때
할머니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이 더운 날씨에 애를 왜 울리냐, 이 땀 좀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울리고 싶어서 울렸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우는 아이일 뿐인데.
왜 나를 꾸짖는 걸까.
목욕을 마친 뒤에도 고요는 없었다.
이번에는 둘째다.
물기를 닦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춥잖아. 닦아야지”
나는 수건으로 조심스레 몸을 감싸주었다.
그러자
장난감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참을 수 없다.
“손 들고 서 있어!”
나는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그 모습을 본 아빠가 방문을 열고 아이에게 말했다.
“둘째야. 그러지 마~”
딱 한마디뿐이었다. 그게 더 아팠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내려놓고 엄마라는 낯선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고
아이에 기분을 맞추며 살아야하는 삶.
애정이 고갈된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그들의 눈에는 내가 그저 화를 잘 내는 엄마로만 보일 것이다.
아무도 내가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건 보지 못한다.
그저 파도에 휩쓸리듯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인데.
그래도 줘야 한다.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방 안에서 웃고 있는 가족들의 소리가
문틈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첫째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 왜 화났어요'
그 말이 눈빛에 실려 있었다.
나는 이미 멀리 와버렸다.
그 안에 낄 수 없는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만 나쁜 엄마.
나만 괴물이다.
다들 착한 사람들이다.
나만 사라지면
어쩌면 더 평화로울지도 모르겠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퇴근했지만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육아는 끝이 없고
내 안의 괴물은
눈물과 분노로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버텨낸 그날 밤.
조용히 첫째가 내게 다가왔다.
내 품에 안겨든 작은 손길.
그 손이 내 심장을 눌렀다.
참아두었던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나는 오늘도 싸우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에
나라는 사람을 지워내는 싸움.
언제쯤이면
괴물의 얼굴이 아닌 사람의 손길로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