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18화
여행은 재충전의 시간이고, 일상 속의 바쁜 날에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그건 돈 내고 전쟁터로 달려 나간 심정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가족여행이었다.
2박 3일, 아이들의 왕할머니까지 포함한 대가족 여행.
어른만 열 명.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찾는 건 나 하나뿐이었다.
출발 전부터 예고편은 시작됐다.
둘째는 안전벨트를 안 하겠다고 떼를 썼고
첫째는 벌써부터 울음을 터뜨렸다.
도착도 전에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안전벨트를 안 하겠다고 하면 진짜 풀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멘털은 붕괴 직전이었다.
양옆에 우는 아이들을 번갈아가며 달래기 바빴다.
“첫째야 사탕 줄까? 둘째야 주스 마실래?”
혹시 울음소리가 운전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던 와중
오른쪽 왼쪽 정신없이 달래던 내 머리에는 두통이 점점 덮쳐오기 시작했다.
같이 탄 할머니는 아이 한 명을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벨트는 생명선이다.
두 시간 내내 울고불고하는 아이들을 할머니도 보고 있기 힘들어했다.
그때 나는 여행이고 뭐고 포기하고 싶었다.
여행지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첫째는 계속 미디어를 찾았고
둘째는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기 바빴다.
“엄마, 안아줘.”
“엄마, 나가자.”
“엄마, 이거 보여줘.”
엄마도 사람이다.
몸을 붙이고 매달리는 아이가 사랑스럽기보다, 버거웠다.
왜 나만 찾는 걸까.
어른이 열 명이나 있는데, 왜 꼭 나여야 할까.
왜 늘 엄마만 부르는 걸까.
예쁘다 해줘도 낯가림이 시작된 아이들은
다른 어른과의 거리조차 좁히려 하지 않았다.
밤에도 고요는 오지 않았다.
첫째는 이틀 내내 새벽마다 울었다.
“안아줘요, 엄마.”
혹시 다른 사람들이 깰까 봐,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아이를 안았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말했다.
“왜 애가 잠을 못 자? 잠을 자야 크지.”
잠 못 자는 아이, 그리고 그 소리에 잠이 깬 어른들까지.
나는 화를 삼키고, 두통약을 삼켰다.
그리고 할머니가 말했다.
“왜 쌍둥이가 생겨서 엄마를 힘들게 하니”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아이들이 원해서 쌍둥이로 태어난 게 아닐 텐데.
힘든 나머지 나도 모르게 탓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너무 지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내면 아이들은 나에게 덜 달라붙는다.
차갑게 대하면 잠시라도 숨 쉴 틈이 생긴다.
그렇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결심했다.
괴물이 되기로.
엄마가 아니라 생존자가 된다.
나는 오늘도 괴물엄마다.
오늘도 나는 숨을 쉬기 위해 괴물의 얼굴을 쓴다.
“너네 엄마 안 할 거야. 너네 엄마한테 가.”
못된 말이 튀어나온다.
그 말을 해놓고 또 후회하는 나 자신과 마주한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괴물이 되는 것만이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