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이 된 엄마의 이야기 -15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랑은 너무 안 닮았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그럴까.
첫째 아이가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유독 싫어하는 아이라 설득이 쉽지 않았다.
“젤리 줄게. 아이스크림 사줄게.”
온갖 간식으로 유혹한 끝에
겨우 둘째가 한눈 판 틈을 타 첫째만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둘째가 아빠 손을 잡고 병원까지 따라온 것이다.
“너 여기 왜 왔어..”
그리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도 아이스크림.”
어쩔 수 없이 둘째 손에도 아이스크림을 쥐어주었다.
하지만 몇 입 먹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순간 아이도 아이스크림처럼 바닥에 퍼졌다.
소리 지르고, 울고, 바닥에서 뒹굴고,
병원까지 따라와 아이스크림까지 받아놓고 왜 저러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작은 손을 뿌리치고
나는 첫째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엄마~”를 외치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둘째가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도
내 머릿속은 '이 소음을 피해 어디든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표정은 점점 굳고 말도 없어졌다.
나쁜 감정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누굴 닮아서 저래. 나는 안 그랬는데…”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심장을 향해 날아든다.
내가 내뱉은 말과 굳은 표정이 아이를 더 징징대게 만드는 건 아닐까.
누가 뭐라 해도 내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니 결국 나를 닮았겠지.
그런데도 나는
좋은 건 나 닮았다고 하고
안 좋은 건 남편을 닮았다고 말한다.
이게 부모의 이중잣대일까. 아니면 자기 합리화일까.
아이들이 감정에 솔직할수록 나는 자꾸 남을 탓한다.
“너 닮아서 그래.”
“나는 안 그랬어.”
그날 밤 장난감을 정리하던 첫째에게 물었다.
“우리 첫째, 누구 닮았어~?”
“아빠.”
그리고 하루 종일 징징거리던 둘째에게도 물었다.
“넌 누구 닮았어?”
“엄마.”
맙소사.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무리 안 닮았다고 부정해도 결국
나를 닮은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육아를 하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자라난다.
어떤 날은 남편을 닮은 듯
또, 어떤 날은 나의 어린 시절 울음이
아이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겹쳐진다.
결국 아이들은 우리를 닮았다.
좋은 건 대놓고 닮았고, 나쁜 건 은근히 더 닮았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왜 안 되냐고 떼쓰는 억울함도 어쩔 수 없이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