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괴물엄마를 좋아한다

사랑,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21화

by 한이음



매일 도망치고 싶었던 나였다.

아이들이 내가 아닌, 아빠에게 달려갈 때마다

나는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남편은 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화낼 만하니까 가만히 있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울면서 아빠 품으로 달려갔다.

작은 손으로 아빠 다리를 꼭 붙잡고 떨어질 줄 모르는 아이들.


아빠의 바지자락을 타고 기어오르는 손길이

내 마음에는 묘하게 서운함을 남겼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가라. 오늘은 너구나.’

아이들이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솔직히 마음이 편했다.


잠시라도 나를 찾지 않아 숨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남편은 힘들겠구나.’


아이들이 찾고 매달리는 것만큼 벅찬 일이 없으니까.

이 마음은 안도였을까, 아니면 버려졌다는 쓸쓸함이었을까.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들은 내 손이 아닌 아빠 손을 잡고 냉장고 앞으로 달려갔다.

“아빠, 요구르트!”

아침부터 요구르트라니.


내가 있었다면 당연히 “안 돼”부터 외쳤을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엄마가 뭐라고 할지 알고 있다는 듯

남편에게만 매달렸다.


나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내가 없는 집처럼.


그리고 그 순간, 남편이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뭐지, 저 어이없는 웃음은?’

내 마음이 파르르 흔들렸다.

마치 내가 잘못된 부모라도 된 듯 서운했다.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엄마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은근히 승리감을 느끼는 아빠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알았다.

그 웃음 속에는 오랜 기다림과 행복이 섞여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의 표정이었다.


조금은 자랑스러운 기운도 느껴졌다.

나는 그 웃음을 쉽게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내게 매달려 주는 게… 너무 좋다.”

남편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매일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달라붙으면 숨이 막히고

사소한 것에도 쉽게 화가 나는 나였으니까.


‘혹시 나도 아이들이 매달리는 걸 즐기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왜 나는 화부터 냈을까.


아마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사랑은 내가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사랑이라기보다 익숙함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언젠가 괴물 같은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스치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매일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며

아이들에게 “안 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아이들이 다가와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제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루쯤은 “안 돼” 대신 “그래”라고 말해보자.

아이들이 원할 때 한 번쯤은

내가 아닌 그들의 마음을 먼저 들어주자.


‘그래’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된다면

아이들이 보여줄 표정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아마도 나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달려와 매달리는 순간이

잠깐의 짐이 아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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