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23화

by 한이음





동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동영상 없이는 안될 줄 알았다.



아이들이 아파서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집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고 동영상 보는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장난감은 금세 싫증이 났다.
결국 화면을 찾는 시간이 늘어났다.


우리 집에는 규칙이 있다.
동영상은 주말과 외식할 때만 보여주는 것.


평일에는 보여주지 않는다.

주말 외식 자리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동영상을 본다.


두 명을 동시에 챙기며 밥을 먹는 건 쉽지 않기에
우리도 편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식당에 가면 당연히 영상을 본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병치레가 끝난 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갔다.


하원 후 놀이터에서 잠깐 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첫째가 갑자기 말했다.
“밖에서 맘마~!”

평소 같으면 “안 돼!”가 먼저 나왔겠지만 이번에는 남편이 먼저 대답했다.


“밖에서 밥을 먹어도 동영상은 안 보여줄 거야.”
첫째는 잠시 멈추더니, 뜻밖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나도 잠시 놀랐다.

우리는 잠깐 망설였다.


외식 자리에서 동영상 없이 버틴 적이 없는데 과연 가능할까?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이게 맞는 선택일까?


그래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동영상 없이 식당 예절을 배워야 하니까.


집 앞 중국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과 특별히 탕수육까지 주문했다.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뛰었고

우리 마음 한편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혹시 울거나 떼를 쓰면 어쩌나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을 그리며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앉자마자 아이들은 손짓했다.
“동영상!”
하지만 태블릿은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 약속했잖아.”


아이는 잠시 입을 삐죽 내밀더니 곧 그만두었다.
그 대신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쉽지 않았다.

30개월의 호기심은 식당에서도 쉬지 않았다.

새로운 물건을 발견할 때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물컵을 기울여 물을 쏟아보기도 하고

휴지통에서 휴지를 한 장씩 꺼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처럼 재미있나 보다.

“엄마 휴지 또”

그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주의를 주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옆 테이블 손님들이 흘끗 보기도 했지만
나는 오늘만큼은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그 와중에도 아이 밥을 먹이고 우리도 식사를 했다.
한쪽에선 젓가락으로 자장면을 말아 입에 넣어주고
다른 한쪽에선 탕수육을 잘라 입에 넣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늘 전쟁터 같았던 식탁 위였지만

오늘은 작은 승리를 얻은 듯했다.


동영상 없이도 이 정도면 잘 참아준 거니까.

남편은 “정신없어서 밥이 안 넘어간다”라고 했다.


나 역시 쉽지 않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장했고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을.


시작부터 겁먹지 말고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도 스스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오늘도 나는 아이와 함께 경험하며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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