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24화
고집이 센 아이는 내가 만든 걸까.
퇴근하자마자 첫째가 “오늘은 놀이터 가자”고 조른다.
오늘은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날.
“수업 끝나고 가자”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타이머를 1시간으로 맞췄다.
“삐삐 소리가 나면 가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1시간은 너무 길었나 보다.
숫자를 깎아 달라는 애교에 결국 무너졌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상황은 뒤집혔다.
아빠가 사정을 모른 채 타이머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삐삐 소리가 울렸고 아이는 즉시 놀이터로 향하려 했다.
저녁 식사까지 하고 가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너는 안 먹어도 되지만, 엄마는 먹어야 해.”
말은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
결국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 아이를 방으로 데려다 놓았다.
울음은 길게 이어졌다가 “놀이터 가자”는 말에 멈췄다.
놀이터에서 해질 때까지 숨바꼭질을 했다.
“세 번만 더”에서 시작해, “한 번만 더요”가 반복됐다.
지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미끼로 겨우 집에 돌아왔다.
밤 9시.
씻기 시작하면 10시가 될 판이었다.
“목욕하자”는 제안에 돌아온 건 단칼의 “싫어! 장난감!”
퇴근 후 온종일 자기들 뜻대로만 움직인 아이들.
내 인내심도 바닥났다.
“목욕도 안 하면서 엄마도 안 해줄 거야.”
말이 끝나자 울음이 터졌다.
아빠는 지쳐 말했다.
“목욕 안 할 거면 방에서 나오지 마.”
둘째는 금방 나와 씻었지만 첫째는 끝내 버텼다.
나는 차라리 그날은 씻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말했다.
“화내서 미안해. 놀이터 다녀온 후 목욕은 꼭 했으면 좋겠어.
다음에 엄마가 또 화내면 ‘엄마 목욕할게요’ 하면 화 안 낼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씻고 올게. 너는 안 해도 돼.”
그런데 아이는 말했다.
“아냐, 엄마도 하지 마.”
그 순간 또 폭발했다.
“너만 안 하면 되지. 왜 엄마까지 못하게 해!”
아이는 울었고, 나는 샤워를 시작했다.
계속 매달리는 아이에게 소리쳤다.
“언제까지 울 거야! 네 방 가서 울어!”
그때 아빠가 물었다.
“목욕할 거야?”
“네.”
순간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가 화내면 목욕할게요.라고 하면 화 안 낼게.’
그 말로
엄마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머리가 땀범벅이 될 때까지 운 아이를 보며
내 마음도 같이 아팠다.
목욕을 숙제로만 여기던 내가 미워졌다.
아이를 붙잡고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아팠을 때 다짐했던 결심은
이렇게 또 허무하게 무너졌다.
내일 또 어떤 다짐이 나를 찾아오고
어떤 마음이 그것을 방해할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아이를결국 나도 매일 고집으로 길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두려움 속에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