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편해지는 육아, 그리고 나

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26화

by 한이음




아이들이 빨리 크길 바랐다.

간절히, 매일같이.


아이를 낳고 나서
“50일만 지나면 좀 나아질 거야.”
“100일만 버텨봐.”
“돌 지나면 훨씬 편해질 거야.”
수없이 들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 시점도 ‘괜찮아진다’는 순간은 아니었다.


늘 힘들었고, 때로는 더 버거워졌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다.

언젠가는 내 손에서 벗어나 주기를 바랐다.


그런 아이들이
요즘 부쩍 자라났음을 느낀다.


혼자 신발을 신는다.
밥도 흘리지 않고 잘 먹는다.


엄마가 “안 돼” 하면
이제는 고집보다는 이해 쪽으로 기운다.


첫째가 “TV 보여줘”라고 하면
둘째가 먼저 “안 돼! 지금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서로 대화하며 안 되고 됨을 소통한다.

예전 같으면 울고불고 하며 떼쓸 일이었지만


지금은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인다.

그 모습이 놀랍고도 감동이다.


며칠 전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했던 날이 있었다.

진료가 끝나고 나는 바로 회사로 복귀해야 했고
아이와의 이별이 걱정됐다.


‘울지 않을까?’
‘떼쓰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는 내 예상과 다르게
쿨하게 “빠빠이”를 하고 할머니 손을 잡고 떠났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아, 이 아이가 이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 역시 엄마로서 자라고 있다.


괴물처럼 화내던 날들이 줄어들고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긴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뽀뽀를 해준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찡그린다.


이전에는 “엄마 뽀뽀~” 하며 달려왔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부’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한다.


엄마의 품에서
조금씩, 한 걸음씩
떨어지는 연습을 시작한 것 같다.


이제부터의 육아는
더 편해질까?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올까?


그 어느 쪽이든
아이와 함께 자라는 나는
매일 변화를 겪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자라고, 함께 부딪치고


같이 아프고 웃는 날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어떻게 이 과정을 다 견디셨을까.

아이를 성인으로 키우는 그 모든 시간
행복과 아픔을 함께 건너는 그 여정.


엄마는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