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엄마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사랑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9화

by 한이음


나는 모성애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낯선 생명체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기쁨보다 당혹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낯설지? 나를 닮은 것 같지 않아."
그 순간 나는 엄마가 되지 못한 기분이었다.


나는 평생 엄마의 딸로만 살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는 게 꿈’이라는 남편의 소망을 따라
임신을 준비했다.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아 1년을 기다렸고,
그렇게 어렵게 품에 안은 쌍둥이였지만
막상 낳고 나니 마음이 달랐다.

반가움보다 낯섦이 먼저였다.


조리원을 나선 첫 일주일
나는 도우미도 없이 혼자 쌍둥이를 돌봤다.
매일이 눈물이었다.


이 작은 존재들은 내 손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나에게 산후우울증이 찾아오겠어?’
하지만 분명히 왔다.


무겁고 어두운 감정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예쁜 행동을 해도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이 제일 예쁠 때야”라는 말도
그저 허공에 떠도는 소리 같았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나만 모성애가 부족한 걸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엄마도 처음엔 나처럼 미숙했을까.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엄마가 짜놓은 인생을 따라오며 살았던 나는

‘엄마가 되는 일’이 너무도 막막했다.


시간은 흘렀고
아이들이 말을 하고 나를 찾고
작게 웃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느 날 열이 나면 걱정이 됐고,
화를 낸 날이면 혹시 마음에 상처가 났을까
밤새 뒤척이며 불안해졌다.


그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단
함께 쌓아온 시간에서 비롯된 ‘정’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눈을 맞추고
하루를 함께 보낸 끝에
내 안에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를 기쁘게도 하지만
어떤 날은 아직도 울게 한다.

나는 원래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혹시 너희가 나를 괴물로 만든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너희가 괴물아이들인 건 아닐까?’

혼자 중얼거리다 피식 웃는다.


괴물엄마와 괴물아이.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조합이다.

서툴고 엉망일지라도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이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우리의 모습이 남들 눈엔 거칠어 보여도
그 안엔 분명히 사랑이 있고
함께 성장해 온 흔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엄마’라는 이름을 배워가고 있다.
서툴지만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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