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8화
나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누구를 벌줄 차례일까.
엄마로서 평등해야 한다는 마음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익숙한 울음소리, 으앙!!
거실 정리를 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안방에서 아빠와 놀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이가 우는소리에 놀라 달려갔다.
얼마 전에 구입한 바다동물 책을 첫째가 보고 있었는데 둘째가 그걸 빼앗았다고 한다.
화가 난 첫째는 둘째의 팔을 콱! 물어버렸다.
어찌나 세게 물었던지 팔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났다.
예전에도 한두 번 물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세게 문 것은 처음이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안아줘도 달래 지지 않고 계속 운다.
이럴 때 나는 누구를 혼내야 할까?
첫째는 자기가 보던 책을 빼앗기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동생을 문 것이다.
둘째는 그 책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내 거야"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빼앗았다.
나는 누구를 어떻게 혼내야 할지 모르겠다.
물려서 아파하는 아이도 달래야 하고 빼앗았다고 혼내야 하고
문 아이도 훈육해야 하고 빼앗겨 상처받은 마음도 위로해야 하고.
이럴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답을 알려주는 육아 요정이 내 귓가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렇게 하면 좋아요'라고 말이다.
나는 첫째에게 말했다. "둘째가 아팠으니 호 하고 사과하자~"
하지만 첫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거부했다.
"그럼 너의 마음이 좀 괜찮아지면, 그때 사과하자며"다독였고,
우는 둘째를 먼저 안아주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의 마음도 다쳤을 텐데.
엄마가 먼저 동생 편을 든다고 생각하고, 더더욱 사과를 거부한 건 아닐까.
손에 쥔 젤리가 내 마지막 카드였다.
첫째에게 "젤리 먹고 호 해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결국 울음은 그쳤고 '호'해 주고 화해의 포옹도 시도했다.
하지만 둘째가 다가가자 첫째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엄마랑 다 같이 안고 화해하자"라며 오늘의 쌍둥이 대란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싸움은 끝났지만 진짜 하루는 이제 시작이었다.
아이들을 달래고 싸움을 말리느라 이미 체력이 고갈됐다. 지칠 대로 지쳐 더는 놀아줄 힘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부를 때마다 나는 입꼬리만 올린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엄마도 힘들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럴 때면 화살은 아이 아빠에게 날아간다. "애들 양치 좀 시켜!! 언제 재울 거야!"
감정이 폭발하자 나는 방문을 닫고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가 낯설 정도였다.
아빠는 아이들 양치를 잘 못 시킨다. 결국 나는 다시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엄마랑 양치 안 하면 엄마가 억지로 시킬 거야!"
울고불고하는 아이들을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양치를 마쳤다.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의무도 끝냈다는 듯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괴물로 변한 엄마를 보고 두려워서일까.
싸우던 그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까꿍 놀이를 한다.
아이들 방과 안방을 오가며 장난치고 어두운 방 안에서도 서로를 보며 까르륵 웃는다.
그 모습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있는 와중인데 아이들은 이미 싸움의 감정은 사라졌고, 화해했다.
너네는 역시 형제구나 싶기도 하다.
괴물 엄마의 분노 속에서 형제애가 자라고 있는 걸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다.
나만 혼자 폭발하고 하루가 끝난 것 같아 허무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전히 서로를 보며 웃는다.
나는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조금 더 따뜻한 엄마가 될걸 후회의 마음도 스며든다.
내가 힘들수록 아이들은 더 엄마를 원한다.
지친 날일수록 더 많이 사랑해 보자.
내일은 조금 더 웃는 엄마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