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회사에 가고 싶다

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10화

by 한이음


나는 오늘도 육아를 피해 회사로 도망친다.



육아로부터 엄마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두고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회사다.

그곳에서는 항상 짜증내고 화내던 괴물 같던 나의 모습도 없어진다.


아이를 낳기 전 나는 회사를 너무 그만두고 싶었다. 10년 넘게 한 직장만 다니며 지친 마음은 '임신'이라는 명분을 찾았다. 그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퇴사를 꿈꿨다. 아이를 키우는 삶은 단순하고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회사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만 키우고 보니 회사가 훨씬 편한 곳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곳에서는 모두가 나만 바라보지 않았고 내가 모든 걸 해결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밥을 먹든 화장실을 가든 누구도 울지 않는다. 그게 회사였다. 하지만 육아는 달랐다.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이 내 손을 거쳐야만 했다. 그 무게와 책임을 견디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때 비로소 나는 회사를 다시 떠올렸다.


내가 다니던 곳에서 '육아휴직'이라는 말은 사실상 '퇴사'를 뜻했다. 다행히 운 좋게도 똘똘한 후배 덕분에 짧은 기간이지만 자리를 비울 수 있었고 쌍둥이들이 백일이 되던 다음 날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어린아이를 두고 출근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두고 나와도 괜찮을까? 엄마인 내가 주양육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출근하는 발검음이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요즘은 주말이 되면 오히려 회사에 가고 싶어진다. 업무가 없을 때 잠깐 글을 쓸 수도 있고 점심시간엔 조용한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한때는 전업주부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만으로 살아가는 삶이 자신이 없었다. 그 돈을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일 것 같았고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내 돈으로 사고 싶었다.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육아가 내게서 많은 걸 빼앗아갔다면 회사는 그것들을 천천히 돌려주었다. 결혼 전 그렇게 그만두고 싶었던 회사를 이제는 80세까지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웃긴 일이다. 그토록 탈출하고 싶었던 곳이 이제는 내가 숨 쉬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니.


육아는 나를 괴물로 만들었고 회사는 나를 사람으로 되돌려 놓았다. 나는 오늘도 도망치듯 출근한다. 그리고 도망치고 나서야 다시 돌아갈 힘을 얻는다. 두고 온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오늘은 덜 화내야지 오늘은 더 웃어줘야지 다짐한다. 물론 이 다짐은 회사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게 조금 웃픈 농담이긴 하다.


회사는 완벽한 안식처는 아니지만 나에게 다시 '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내 인생을 찾아 도망치는 엄마이자 나로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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