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12화
우리 아이들은 0세부터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워킹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 유아기 공동체 생활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알림장에 '팔을 물렸습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쌍둥이인 우리 집에서는 무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 얼마 전에도 첫째가 둘째의 팔을 세게 물었고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 나는 늘 '혹시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물면 어쩌지'하는 걱정을 해왔지 우리 아이가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4시.
담임 선생님의 전화는 전혀 다른 감정의 문을 열었다.
"첫째가 팔을 물렸는데 피가 났어요.
상대 부모님이 통화를 원하시는데 괜찮으신가요?"
순간 멍해졌다.
물림 사고는 여러 번 봤지만, 피가 날 정도라니.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만 1세 반이다. 이제는 물면 아프다는 걸 아는 나이였다.
화가 났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세게 물었을까.
우리 아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늦게 연락을 한 걸까.
담임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 아이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놀다가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마음을 추스르려 했지만 회사에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피가 났다는데 병원은 가야 하나? 세균 감염, 2차 감염, 흉터 걱정까지.
머릿속엔 온갖 걱정이 돌고 돌았다.
상대 부모의 통화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괴물 엄마의 본모습을 보여줄까. 잠깐 머릿속에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아이의 상태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오후 늦게서야 연락한 담임선생님께도 실망감이 들었다.
퇴근길은 30분이었지만 아이에게 달려가는 그 길은 나에게 1년 같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보였다.
유아원에서 기본 처치를 잘 해준 덕분인지 진물도 없었고, 아이도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살성이 좋은 첫째는 금방 회복될 것 같았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놀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말했다.
"그 친구와는 조금 거리를 두자."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피가 날 정도로 물 수 있었을까.
하지만 동시에 그 아이도 아직 어리고 그 아이의 부모도 나처럼 일하는 엄마일 것이다.
같은 부모로서 이해해 보려 애쓰고 있다. 그 아이도 자라는 중일 테니까.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날, 괴물 엄마의 그림자는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한 그 아이에게도 번질 뻔했다.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결국 아이를 안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다만, 더 큰 사고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아이의 다친 몸과 마음부터 어루만져 주는 게 먼저다.
그리고 문득,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첫째는 늘 동생에게 양보해야 했고 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그런 첫째에게 이런 일이 생기자 나는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내가 우리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구나.'
다치고 나서야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내가 미안하고 부끄럽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눈물이 난다.
첫째야 내 아이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서툴지만 매일 너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나의 이런 마음을 아이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엄마는 오늘도 너를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