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만 찾는 아이, 또 괴물이 된 나"

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11화

by 한이음


아이들에게 ‘밥’은 무엇일까.

배고픔을 채우는 일일까. 아니면 엄마가 강요하는 지루한 의무일까.


아침이면 요구르트, 과일, 과자부터 찾는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을 준비해도 식탁에는 앉지 않는다. 밥은 멀고 단 음식은 늘 가까운 듯하다.


나는 워킹맘이다.

출근 전 준비로 분주한 아침.

아이에게 내가 건네는 건 우유 한 잔이 전부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유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때 죽도 끓여봤다.

따끈한 냄새가 집 안에 퍼지면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단맛에 익숙해진 입은 어느새 밥을 거부한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또 간식을 찾는다.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냉장고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힌다.


“이제 곧 밥 먹을 거야. 밥 먹고 나서 줄게.”


달래 보지만, 작은 손이 문 손잡이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릴 때면

내 안에서 또다시 ‘괴물 엄마’가 튀어나온다.


“왜 또 간식이야! 밥 먹고 나서 준다니까!”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냉장고를 붙잡고 있는 작은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순간 아이가 놀라 울음을 더 크게 터뜨렸다.

그 울음 소리에 나도 무너졌다.


그 순간

내가 지키고 싶었던 '엄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결국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방으로 몸을 숨긴다.

어떤 날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냥 주자. 덜 싸우고, 덜 힘든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또 다른 내 마음은 속삭인다.

‘엄마잖아. 내가 아니면 누가 알려줘. 밥이 먼저라는 걸.’




외할머니는 말한다.

“놀이터 아이들은 다 잘만 먹더라. 간식 좀 먹으면 어때?” 그 말에 흔들린다.

남들도 다 주는데, 나도 그냥 줄까?


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죄책감이 따라온다.

간식을 주면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나를 찾지도 않는다.

편한 건 나지만, 그 편함이 오래 남아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며칠 전 아무 말 없이 식탁에 밥만 차려두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다가와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혹시 ‘밥 먹어!’라는 내 말이

아이들에겐 명령처럼 들렸던 건 아닐까.


나도 그랬다. 어릴 적 엄마의 말은 괜히 다 반대로 하고 싶었다.

아이들도 나처럼 어리광과 독립심 사이에서

서툰 성장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식탁 앞 실랑이는 오늘도 반복된다.

나는 엄마로서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주고 싶다.


밥을 먹는다는 것.

함께 먹는다는 것.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다짐하지만

내 안의 괴물은 좀처럼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아이 곁에 선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장바구니에 담아놓는다.


괴물엄마이면서도

간식을 받고 미소짓는 아이의 모습은

보는 나로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러니기에.


매번 화내고 실패하더라도

아이의 웃는 모습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엄마와 아이 사이.

그 작고 복잡한 틈을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건너고 있다.


keyword
이전 06화엄마는 회사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