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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l 07. 2017

아이들 글쓰기 재료가 되는 감정들

1학년 아이들이 이해하는 감정의 범위

요즘 우리 반 아이들과 하는 글쓰기는 글씨 쓰기와 달라서 글씨를 바르고 예쁘게 쓰는 활동이 아니라

(그것까지도 잘 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수단입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여러 감정을 읽게 하고 그 안에서 아이에게 좋은 감정들... 행복감, 보람, 뿌듯함, 성취감, 정의로움 같은 걸 찾아 음미하게 하는 거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나도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려는 겁니다.

이제 겨우 1학년. 키도 작고 힘도 없고 뭐 하나 알아서 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야단도 맞지만

나도 내 삶에서 기쁨, 슬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글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인정받게 하는 겁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어린이 글쓰기 이론을 세우신 선배 교사들, 특히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을 흉내 내 보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글쓰기를 더 많이 하고 싶지만, 1학년도 교과 공부가 나름 치밀하게 짜여 있어서 시간에 쫓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주로 아침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내야 합니다.

사실 글쓰기는 가정에서 더 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보다 가정에서, 놀이터에서 더 많은 감정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친구들보다 가족들 간에 더 많은 감정 교류를 합니다.

가정에서의 글쓰기 방법은 막상 해 보시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올린 걸 참고하셔서 아이와 간단한 대화를 하신 뒤, 글로 정리해보게 하면 됩니다.

몇 번만 해 주시면 아이가 스스로 글을 구성합니다. 그때까지만 끌어주신다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글쓰기 훈련을 하는 아이의 경우(제가 예전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글쓰기 수업을 해 본 결과) 

6개월 정도면 스스로 글감을 찾고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1학년은 보다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무조건 글을 쓰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먼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글을 쓰고 싶은 상황이란 아이가 뭔가를 토해내고 싶은 상황입니다.

화나거나, 행복하거나, 억울하거나, 어이없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뭔가 속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까칠함으로 대표되는 5가지 감정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이걸 다루었지요.

이 감정들이 서로 조합되어 좀 더 넓은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희 : 기쁨

노 : 분노

애 : 슬픔

락 : 즐거움

애 : 좋아함

오 : 싫어함

욕 : 욕망


보통 1학년은 이 7가지 감정을 주제로 글쓰기를 합니다.

물론 다른 감정들도 아이들은 다 겪습니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아이들도 다 알거든요.

하지만 자신이 겪은 감정이 정확히 어떤 어휘로 표현되는지를 1학년 아이들은 아직 모릅니다.

간혹 1학년 답지 않게 많은 감정 어휘를 이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책을 즐겨 읽고 일상의 대화가 풍성한 아이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글쓰기의 힘은 결국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의 힘입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면서 감정에 대한 어휘들을 알아 갈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감정들을 구분해내는 거지요.


희(喜) – 기쁨

감격스러운, 감동적인, 감사한, 고마운, 고무적인, 기쁜, 고전적인, 날아갈 듯한, 놀라운, 가벼운, 눈물겨운, 든든한, 만족스러운, 뭉클한, 반가운, 벅찬, 뿌듯한, 살맛 나는, 시원한, 싱그러운, 좋은, 짜릿한, 쾌적한, 통쾌한, 포근한, 푸근한, 행복한, 환상적인, 후련한, 흐뭇한, 흔쾌한, 흥분된


노(怒) – 노여움

가혹한, 고통스러운, 골치 아픈, 괘씸한, 구역질 나는, 기분이 상하는, 꼴사나운, 끓어오르는, 나쁜, 노한, 떫은, 모욕적, 무서운, 배반감, 복수심, 북받침, 분개한, 분노, 불만스러운, 불쾌한, 섬찟한, 소름 끼치는, 속상한, 숨 막히는, 실망감, 쓰라린, 씁쓸한, 약 오르는


애(哀) – 슬픔

가슴 아픈, 걱정되는, 고단한, 고독한, 고민스러운, 공포에 질린, 공허한, 괴로운, 구슬픈, 권태로운, 근심되는, 기분 나쁜, 낙담한, 두려운, 마음이 무거운, 멍한, 뭉클한, 미어지는, 부끄러운, 불쌍한, 불안한, 불편한, 비참한, 비탄함, 서글픈, 암담한, 앞이 깜깜한, 애석한, 애처로운, 애태우는, 애통한, 언짢은, 염려하는, 외로운, 우울한, 울적한, 음울한, 음침한, 의기소침한, 절망적인, 좌절하는, 증오하는, 지루한, 착잡한, 참담한, 창피한, 처량한, 처참한, 측은한, 침통한, 패배스러운, 한스러운, 허전한, 허탈한, 허한, 황량한


락(樂) – 즐거움

가벼운, 가뿐한, 경쾌한, 고요한, 기분 좋은, 담담한, 명랑한, 밝은, 산뜻한, 상쾌한, 상큼한, 숨 가쁜, 신나는, 유쾌한, 자신 있는, 즐거운, 쾌활한, 편안한, 홀가분한, 활기 있는, 활발한, 흐뭇한, 흥분된, 희망찬


애(愛) – 사랑

감미로운, 감사하는, 그리운, 다정한, 따사로운, 묘한, 뿌듯한, 사랑스러운, 상냥한, 순수한, 애틋한, 열렬한, 열망하는, 친숙한, 포근한, 호감이 가는, 화끈거리는, 흡족한


오(惡) – 미움

고통스러운, 괴로운, 구역질 나는, 귀찮은, 근심스러운, 끔찍한, 몸서리치는, 무정한, 미운, 부담스러운, 서운한, 싫은, 싫증 나는, 쌀쌀한, 야속한, 얄미운, 억울한, 원망스러운, 죄스러운, 죄책감, 증오스러운, 지겨운, 짜증스러운, 차가운, 황량한


욕(欲) – 바라다

간절한, 갈망하는, 기대하는, 바라는, 소망하는, 애끓는, 절박한, 찝찝한, 초라한, 초조한, 호기심, 후회스러운, 희망하는

<출처 : 네이버 지식인 - 이런 걸 정리해 올려주신 분 있다니. 부디 복받으실 진저!>




  




아이 수에 맞춰 펜을 6개 샀습니다. 4가지 색깔이 있는 볼펜입니다.

기분에 따라 색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에는 자기가 화난 이야기를 빨간색으로 뿜어냅니다.

뭔가 굳은 결심을 할 때엔 또 그에 맞는 색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감정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릴 땐 그걸 울음으로, 짜증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글의 내용이 그걸 대신하게 됩니다. 마음은 침착해지겠지요.

그 침착한 마음 상태. 그게 자기감정을 관조하는 상태일 겁니다. 색볼펜이 그걸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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