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또 한 주가 지났구나.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쉬고 모레는 재량 휴업일이라서 쉬면 또 주말이 기다리지?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 오지 못하는 너희는 이번 연휴에 특별히 쉬는 느낌이 안 날지도 몰라.
선생님은 너희가 없어도 매일 아침 교실에 와서 너희들 공부 자료를 준비했어.
해보지 않던 일인 데다 서버까지 불안해서 이미 올린 강좌를 다시 올린 적도 여러 번이었어.
가끔은 힘들더구나. 그래서 이번 연휴를 기다렸단다.
지금까지 5학년이 되도록 휴일과 방학을 빼고는 항상 학교에 다녔지?
그러다 올해 갑자기 두 달 동안 집에만 있어야 했어. 기분이 어떠니?
어떤 친구는 북적이는 교실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힘든 공부를 안 해서 홀가분하고 좋을 거야.
반대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해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 사람도 있겠구나.
그래, 같은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서도 다른 판단을 한단다.
어느 쪽 판단이 옳거나 틀린 건 없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뿐이지.
어서 학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착한 어린이인 건 아니야.
학교 안 가서 좋다고 느낀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부족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도 마.
어떻게 느끼는지는 각자 다르니까.
사람(주인)에 따라 기분 좋게 느낄 수도 있고 귀찮은 일로 받아들여도 돼.
내 느낌(기분)은 내 거잖아. 내 마음의 주인은 누구겠어?
<나>자신이야. 각자 마음대로 느끼는 거야. 사람이 원래 그렇단다.
우리 반은 매일 출석 확인할 때 그날그날의 느낌을 올리고 있지?
다양한 느낌이 올라오더구나. 좋다는 쪽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
기분이란 원래 그런 거란다. 늘 좋을 수는 없잖아?
너희들이 올리는 솔직한 기분을 읽는 일이 선생님은 꽤나 즐거웠어.
느낌을 <그냥 그렇다>, 또는 <모르겠다>라고 적은 친구도 있더구나.
처음엔 이런 기분을 느끼는 친구들이 적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던걸?
만약 너희들이 등교해서 교실에 있었다면 선생님은 이렇게 질문했을 거야.
<그냥 그런 기분>... 또는 <모르겠다는 기분>이란 어떤 거냐고.
혹시... 너희들 중에 이렇게 답하는 친구도 있었을까?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고.
만약 정말 이렇게 답하는 친구에게 선생님은 더 이상 캐묻지 않을 거야.
누구에게나 말하기 싫은 기분이라는 게 가끔 있거든.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복잡한 기분 말야.
알 것 같아. 그런 기분이 어떤 건지. 선생님도 그런 경우가 있거든.
왜 있잖아.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어떤 것 때문에 안 좋은지 딱히 떠오르지는 않고, 그렇다고 막 흥이 나거나 들뜨기는 싫은 상태 말야.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간섭도 듣기 싫고 그냥 혼자 있고 싶은 기분 같은 거.
그 상태에서 가만히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말야.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거든.
이번에 온라인 공부를 하면서 부모님께 꾸중을 들은 친구도 있겠지?
너희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부모님 보시기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렇다고 야단을 맞으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너희들이 이건 알아야 해. 부모님이 왜 야단을 치실 수 밖에 없는지 말야.
부모님은 너희를 오랫동안 길러오셨잖아?
너희가 지금 무엇을 잘 하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이잖아.
그래서 잔소리하시는 거야.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아이가 되라고.
그래서 더 좋은 어른이 되라고. 그러면 너희가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세상 모든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실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셨단다.
그리고 나중에 너희도 그런 부모가 될 거야.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랬거든.
어릴 때 부모님 잔소리를 지겨워하던 선생님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내 아들딸에게 그런 부모가 되어있더구나.
선생님이 부모님 편만 드는 것 같아서 더 서운한 마음이 드는 친구도 있을 거야.
그런데 이거 아니? 이런 기분이 자주 드는 시기가 있대.
선생님이나 부모님 같은 어른의 말이 이상하게 듣기 싫어지는 시기.
그 시기는 사람이 부쩍 성숙해지는 시기래.
그래서 그 시기를 지나면 거의 어른에 가까워진대.
그래서 <사춘기>라고 부르는 거래.
그래, 선생님은 이 말을 하려고 편지를 썼단다.
너희에게 다가 올 앞 일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
그리고 부모님의 야단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는 말.
온라인 수업이 원래 힘들거든. 사이트까지 열리다 말다...
아무리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때도 있고... 너희들, 짜증 나는 게 당연해.
지금은 각자 집에 있어야 해서 못 만나지만 지금 우리 반 친구들 모두 비슷한 마음일 거야.
곧 등교하면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과 마음껏 나눌 수 있어.
선생님이 그런 시간을 꼭 만들어 줄 거야.
이번 연휴를 보내면서 너희들이 그때그때 기분을 들여다보면 좋겠어.
기분은 <감정>이란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땐 좋고 하기 싫은 걸 하면 나쁜 거.
5학년이라는 시기가 몸은 아직 어린이인데 생각은 어른으로 가는 시기라지?
너희들은 이미 어른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몰라.
연휴 잘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