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일학년담임 May 25. 2020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주말 편지

마침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엊그제 미술시간에 만든 꽃과 편지... 잘 드렸지?

꽃을 만들고 편지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니.

너희 중 어떤 친구는 부모님의 고마움에 목이 메기도 했겠네.


선생님의 어머니는 올해 79세가 되셨어. 완전 할머니지?

열 두 살인 너희들이 79세라는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까?

어머닌 왼쪽 무릎이 아프셔. 걸으실 때 느릿느릿 걸으시지.

혈압도 조금 높으신 편이라 약도 드신단다.


어머니 허리도 굽으셨어.

사람이 그 나이가 되면 허리가 저절로 굽어지나 봐.

그래서 주무실 때 똑바로 못 눕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주무셔.

허리 좀 곧게 펴보시라고 해도 안 펴진대. 억지로 펴려고 하면... 아프시대.


어머닌 치아도 없으셔. 틀니를 끼시지.

자신의 이를 모두 잃고 틀니만으로 삼십 년을 산 분의 삶을 너희가 알까.

선생님과 산책할 때면

어머닌 항상 뒤에 쳐져 늦게 걸으셔.

잘 걸으실 수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다른 엄마들은 허리도 덜 굽었고 이도 튼튼하고 잘 걸으시는데

우리 엄만 왜 벌써 저렇게 늙으셨나, 하는 생각에 불쌍하기도 해.



어머니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단다.

어머니가 일하실 때야.

몸도 건강하지 않으신 분이 아픈 다리를 끌며 고추밭 김을 매시거든.

그렇게 일을 하시고 나면 밤엔 또 앓아누우셔. 끙끙 소리도 내셔.

그러시는 게 당연해. 낮에 그렇게 일하셨는데 병이 안 나겠어?

그럼 내가 어머니께 화를 내지. 일하시지 말고 가만 계시라고.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하셔.


“으이구, 괜한 걱정 마. 난 괜찮다니까. 하나도 안 힘들어. 정말이야.”


헐. 세상에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겠니.

힘드신 게 뻔히 보이는데 안 힘들대. 이게 말이 되니?

그래도 어머닌 늘 같은 대답이셔. 

이럴 때 어머닌 불쌍해 보여. 속상하기도 해. 너무 속상해서 혼자 운 적도 있어.


근데 이거 아니?

세상 모든 부모님은 다 이러신다는 거 말야.

선생님 어머니만 그러시는 게 아니라는 거지.

자식에게 좋은 걸 주시려고 몸 아픈 것도 모르고 일하시는 거 말야.

너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셔. 믿어지지 않니? 곧 믿게 될 거야. 너희도 곧 어른이 될 거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6Oa_CPwaiew



선생님이 오전에 보여준 이 동영상에 나오는 아빠 봤지?

돈 버느라 힘들게 일하면서도 자식에겐 하나도 힘 안 든 척하잖아.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은 자식에게 늘 행복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가 봐.

이 말을 들으면 너희 중엔 이렇게 묻는 친구도 있을 거야.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은 행복한 모습보다 힘든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실까요?”


너희들도 이젠 고학년이니까... 이건 꼭 알아야 해.

그건 부모님이 정말 힘드셔서 그런 거야.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드신 거지. 너희에게 감출 수 없을 만큼. 얼마나 힘드시면 그러겠니.

생각을 해 봐.

너희를 키우느라 충분히 주무시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시는데

어떻게 행복한 척할 수 있겠니?


그래서 너희가 잘해야 해.

너희 방은 너희가 치우고 공부도 알아서 해야 해.

그러면 부모님이 조금 쉬실 수 있잖아.


너희 힘으로 할 수 있으면서 부모님께 미루거나 해달라고 조르니?

만약 그렇다면 그건... 부모님께 너무 심한 거야.

계속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수도 있어.

부모님이 지금처럼 항상 젊고 건강하신 건 아니거든.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언젠가 너희 부모님도 79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단다.

너희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선생님 어머니가 더 보고 싶구나.

빨리 가서 안아드려야지.


이번 주도 온라인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지?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다시 시작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