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년 아이의 공부
울면서 들어 온 효은이를 화장실에 데려가 눈물을 닦아주고 교실에 와 보니 다른 아이들도 들어와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국어책을 펴라고 한 뒤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쓴다. 미끄럼틀에서 하는 술래잡기가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은 책을 펼 생각은 안 하고 미끄럼틀 이야기뿐이다.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저럴까 싶어 잠시 이야기 하라고 기다리는데 효은이가 나를 보며 말한다.
“선생님, 빨리 공부해야죠. 쟤네 그만 떠들라 그러구.”
“아, 그런가? 맞아. 지금이 공부시간이지, 참.”
“네, (아이들을 향해) 야, 니네도 빨리 공부해. 떠들지 말구.”
그러자 한참 이야기 하던 아이 중 한 아이가 볼멘 소리를 한다.
“야, 니가 뭔데 우리한테 명령 내려. 니가 선생님이냐? (나를 향해) 선생님, 우리 쪼끔만 더 얘기할 게요. 미끄럼틀 술래잡기 규칙을 만들어야 되니깐요.”
“규칙?”
“네, 미끄럼틀에서 한 사람은 내려오고 한 사람은 올라오면 좀 위험하거든요. 그래서 규칙을 만들어야 해요.”
“아, 그렇겠네. 위험하면 안 되니까. 그럼 어떤 규칙을 만들어야 할꼬?”
“만약에 누가 미끄럼틀에서 올라가면 위에 있던 친구는 다른 데로 내려가라는 규칙이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부딪혀 다칠 수 있으니깐요.”
“아, 그렇겠네. 그런 규칙이면 안전하겠네.”
내가 아이들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자 효은이가 또 말한다.
“선생님, 우리 공부 언제 하냐구요. 빨리 해야죠. 이러다 시간 다 가겠네.”
그러자 연우가 효은이에게 내쏜다.
“야, 너 왜 선생님한테 까불어. 싸가지 없이. 공부하고 싶으면 너나 하지. (나를 향해) 선생님, 우리 규칙 만들기 해도 되죠? 선생님이 놀기 전에 규칙을 먼저 정하라 그랬잖아요.”
“아, 그랬지. 맞아. 규칙이 있어야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
“(효은) 그런데 지금은 공부시간이잖아요. 그럼 공부를 해야죠.”
“(연우) 야, 넌 좀 쨔져(가만히) 있어라. 넌 공부가 그렇게 좋냐? 지가 못 노니까 괜히 그러구 있어.”
“(효은) 야, 지금이 공부시간이니깐 그렇지. (칠판을 가리키며) 선생님이 공부시간이라고 써놨잖아.”
“아, 맞아. 공부시간이지, 참!”
내가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자 아이들도 대화를 멈추고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의 공방이 다시 시작된다.
“(연우가 효은이를 향해) 야, 너 잘난 척 좀 하지 마. 너 땜에 미끄럼틀 술래잡기 못할 뻔 했잖아.”
“(효은) 야, 너네 공부 안하면 대학교도 못 가고 멍청이 될라 그러냐?”
“(연우) 야, 너 왜 욕해. 선생님 효은이가 언어폭력 써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내가 슬쩍 끼어든다.
“흐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건 되지만 친구를 놀리는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아이고 큰일 났네.”
“그니깐요. 근데 효은이가 멍청이라 그러잖아요. 지도 고집불통이면서.”
“고집불통? 그런 말도 있었나?”
“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효은이가 좀 고집불통이라고. 유치원 때도 엄청 그랬어요.”
“야, 니네가 공부 안하니깐 그렇지. (연우를 보며) 너는 글씨도 못 쓰면서 깝치지 마라.”
“니가 고집불통이지 그럼 아니냐? 그네도 못 타게 했잖아. (아이들을 보며) 야, 니네도 봤지? 효은이가 그네 못 타게 한 거.”
“(효은, 울면서) 선생님, 얘네가 또 나만 왕따시킬라 그래요. (아이들을 보며) 너네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다 학교폭력 신고할 거야. 이번엔 절대 안 봐줄 거야!”
놀이시간. 아이들은 미끄럼틀로 내달리고 효은이는 교실에 남아 있다. 나는 효은이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효은이도 미끄럼틀 술래잡기할까?”
“싫어요. 재미없어요.”
“(미끄럼틀을 가리키며) 친구들은 재미있게 노는데?”
“...”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말해. 선생님이 도와줄게.”
“싫어요. 왕따시키는 애들이잖아요.”
“만약에 그래도 같이 놀고 싶으면 말해. 선생님이 도와줄게.”
“선생님이 어떡할건데요?”
“효은이랑 재미있게 놀라고 말할 거야.”
“그래도 쟤네들이 저랑 안 놀면요.”
“선생님이 놀라고 하면 놀 거야.”
“안 놀 걸요. 왕따시키는 애들이라서.”
“놀 거야.”
“그럼 내일 말해보든지요.”
“내일? 그래, 내일 말해볼게. 내일 친구들이랑 논다고 생각하면 지금 마음이 어때?”
“의심되죠. 나랑 안 놀까 봐.”
“흐음. 그럼 내일 봐야겠네. 친구들이 너랑 놀지 안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