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 때 엄마가 제일 좋니?”

by 나는일학년담임

2인 3각 경기 연습시간이 되었다. 운동장으로 내보낸 다음, 효은이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엄마한테 리본 매듭 배웠어?”


“네.”


“리본 매듭 묶는 거 엄청 어려운 건데 너네 엄마 엄청 똑똑하신가 보다. 그거 모르는 어른들 많거든.”


“네. 우리 엄마 똑똑한가 봐요.”


“아, 그래?”


“우리 엄마 홈쇼핑에서 뭐 살 때도 엄마가 다 하니깐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아빠는 못 해요.”


“아이고, 효은이는 좋겠네. 똑똑한 엄마가 있어서.”


“(흐뭇한 표정으로) 네. 좋아요.”


“어떨 때 엄마가 제일 좋니?”


“저하고만 뭐 할 때요.”


“너하고만?”


“네, 맨날 동생하고만 뭐 하니깐요. 근데 어떨 땐 저하고만 뭐할 때가 있거든요.”


“어떨 때?”


“동생이 유치원에서 캠프 갈 때.”


“그땐 엄마랑 뭐 하는데?”


“그냥 다 해요. 산책도 하고 아빠 송아지 밥 주는 거도 같이 보러가고.”


“와, 엄청 좋았겠네!”


“엄청 좋았죠. 그날은 할머니랑 안 자고 엄마랑 자니깐요.”


엄마에 대한 정이 그리웠을까. 엄마를 독차지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엄마 관심을 끌어 보려고 사나웠나보다.


“근데... 엄마가 너한테 리본 매듭 가르쳐 주시면서 미션 걸지 않았어?”


“(조금 당황하며) 아, 아뇨?”


“그래? 네가 미션 잘 할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상하다? 정말 미션 안 걸고 가르쳐주셨어?”


“네.”


“흐음. 그랬구나. 그럼 오늘 미션 걸라고 말씀드려야겠다.”


아이들이 둘 씩 짝을 지어 준비하고 효은이가 리본 매듭을 묶어 준다. 하지만 배운지 얼마 안 되어 한 번에 묶지 못하고 풀었다 다시 묶는 경우가 있다 보니 속도가 오히려 더 늦어진다. 그러자 아이들이 짜증을 낸다.


“아오, 짜증 나! 선생님, 리본으로 묶지 말고 그냥 막 묶으라 그러세요. 효은이 너무 느리잖아요.”


“아이고, 큰일이네. 리본으로 묶어야 풀 때 빨리 풀 수 있는데...”


“이러다 우리가 2학년 형님들한테 지면 어떡할라 그래요!”


“헉. 지면 안 돼! 작년에도 2학년 선생님한테 져서 엄청 속상했단 말이야.”


“그니깐요. 차라리 효은이 빠지라 그러고 선생님이 묶든지요.”


“(잘난척하며) 오! 그럴까? (표정을 바꿔서) 근데 안 돼. 선생님은 학생이 아니잖아.”


“그럼 어떡해요. 효은이가 느린데. (효은이 눈치를 보더니) 선생님이 효은이한테 다시 가르쳐 주든지요.”


“아, 그럴까?”


내가 끈을 이중으로 꼬아 8자로 만든 다음 아이들 발을 넣고 조이자 단번에 리본 매듭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시 끈을 당기자 쉽게 풀린다. 그러자 아이들이 손뼉 치며 감탄한다. 연습은 다시 시작되고 아이들도 신이 나자 내 옆에서 내가 매듭 묶고 푸는 걸 지켜보던 효은이가 조심스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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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가 해볼게요.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저도 잘 묶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가르쳐 줄까?”


“네.”


“그럼 넌 뭐 해 줄 건데?”


“네?”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넌 선생님을 위해 뭘 할 거냐고.”


“...”


“선생님이 말하는 조건 들어줄 거야?”


“뭐 하면 되는데요?”


“친구들이 실수해도 화내지 않는 거.”


“그럴게요. 그거 쉬워요!”


“또 있어. 이따 연습 끝나면 교무실 냉장고에 가서 물이랑 종이컵 가져다 친구들에게 한 컵씩 주는 거."


"네."


"친구들 먼저 주고 너는 맨 나중에 마셔. 물을 주면서 연습 잘 하더라는 칭찬도 해야 해.”


“네.”


“뭐라고 칭찬할 거야?”


“더워서 땀이 삘삘 나는데도 연습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하면 되죠?”


“오, 좋아, 그럼 되겠네. 친구들 기분이 좋아지겠다. 또 있어. 점심 먹고 친구들 그네 타러 가면 교실에 남아서 쓰레기 줍는 거.”


“알겠어요.”


“또 있어.”


"(조금 짜증스러워하며)...또 있어요?"


“선생님 미션 들어준 것처럼 엄마가 시키는 미션 하는 거.”


“무슨 조건인데요?”


“나야 모르지. 그건 너네 엄마가 결정하시는 거야.”


“엄마가 뭘 시킬지 몰르는데...”


“할지 안 할지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싫으면 안 해도 돼.”


“엄마가 이상한 거 시키면 어떡해요. 어제처럼.”


“어제처럼?”


“누나한테 잘못도 안 했는데 누나한테 까불지 말라 그러잖아요.”


“너한테 뭘 시킬지는 엄마가 결정하시는 거야. 엄마가 너 키워주시잖아.”


“아, 씨... 그냥 선생님 미션을 더 주면 되잖아요. 그건 다 할 게요. 제발요.”


“내 미션이 그거야. 엄마 미션 하는 거. (시계를 보며) 오늘은 끝났으니까 미션 하고 오면 내일 매듭 가르쳐 줄게.”


“(표정이 일그러지며) 아, 엄마가 또 이상한 거 시킨다구요!”


“쉬우면 미션이 아니지. 한 가지 궁긍한 게 있는데... 우리 반 아이 중에 엄마 앞에서 욕하는 아이가 있다는데... 혹시 너는 아니지?”


“아, 아니에요.”


“알았어.”


연습이 끝나자 효은이가 교무실에 가서 생수를 받아다 종이컵에 따라 아이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수고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들도 효은이에게 칭찬을 한다. 칭찬을 듣는 효은이 표정이 밝다. 점심시간에 교실 쓰레기 줍기도 제법 열심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내가 청소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자 한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오늘 청소 안 해요? 청소하고 가야죠.”


“청소? 했는데?”


“누가요?”


“효은이가 했어. 점심시간에. 너네 놀 때. (효은이를 보며) 맞지, 효은아?”


"네."


"근데 왜 했는지 친구들이 궁금한가 본데?"


"애들이 더운데 땀 삘삘 흘리면서 연습했으니깐요."


“헐. (아이들이 효은이를 보며) 진짜야? 웬일이래?”


아이들의 효은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고맙다고 말한다. 효은이가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내 눈치를 본다. 나는 일부러 못 본 척한다. 아이들이 모두 나간 뒤 효은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효은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하고 미션을 부탁드린다.


“미션을 주시되, 누나나 동생에 관한 건 아직 안 되겠어요. 효은이가 누나와 동생에 대해 경쟁의식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럼 어떤 미션이 좋을까요?”


“뭔가 엄마 말을 듣는 거면서 효은이에게도 행복감을 주는 미션이면 좋겠어요. 효은이가 뭐 좋아하나요?”


“저랑 아이스크림 사러 가는 거요.”


“잘됐네요. 그럼 엄마랑 같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미션을 줄게요. 근데 효은이가 먹고 싶은 거 말고 엄마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사서 맛있게 먹기로 하면 어떨까요? 효은이가 엄마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효은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보세요. 그럼 효은이로서는 좋아하는 것도 먹고 엄마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자부심도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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