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존재감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다음 날, 출근길에 교문 앞에서 아이를 배웅하는 효은이 엄마를 만났다. 보통은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데 내게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따라오셨다. 아, 효은이와 어제 이야기가 잘 안 된 모양이구나. 나는 다른 아이에게 가방을 교실에 놓아달라고 부탁하고 효은 엄마와 운동장 가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늘 밝은 표정이던 효은 엄마가 풀이 죽은 채 털어놓은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효은이를 통해 막연히 짐작하던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다.
효은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를 찾더니 다짜고짜 리본 매듭 매는 걸 알려달라고 했다. 마침 청소 중이던 엄마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자 효은이가 화를 내며 당장 알려달라고 했다. 엄마는 효은이가 손부터 씻고 기다리면 청소를 마치고 가르쳐 천천히 가르쳐주겠다고 맞서보았다. 그러자 효은이는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바닥에 던졌다. 엄마도 가방을 다시 들으라고 외쳤다. 그러자 효은이는 울며 욕을 했다.
“효은이가 뭐라고 욕을 하나요?”
“시발, 지랄, 뭐 이런...”
“놀라셨겠어요.”
“네, 왜 그렇게 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효은이가 언제부터 욕을 했나요?”
“유치원 때부터니까... 1, 2년 됐나 봐요.”
“언제 주로 욕을 하나요?”
“자기 말 안 들어주거나 고집 피울 때요...”
“욕을 하면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혼내줬어요. 어떤 땐 정말 크게 혼내기도 하고요.”
“효은이의 요구는 들어주시는 편이셨나요?”
“대체로 들어준 것 같아요. 혼내고 나면 마음이 아프고 불쌍하더라고요. 또 들어주면 일단 조용하고 말을 잘 들으니까...”
“그렇다면 효은이가 욕을 하는 이유가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엄마를 자극해서라도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라고 봐도 되겠네요.”
“네, 근데 이번엔 조건을 걸려고 일부러 안 들어줬거든요. 그랬더니 더 난리를...”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조건을 못 걸고 가르쳐줬어요. 제가 졌죠, 뭐...”
“보통 아이들은 엄마한테 고집을 부리려다가도 엄마가 무서워서 못 하거든요. 근데 효은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럴만한 일이 있었을까요?”
“효은이가 어릴 때부터 고집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물러터져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네, 이제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의 문제행동을 아이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요. 효은 어머니 기분 나쁘시겠지만, 굳이 말씀드리면... 효은이는 책임이 없습니다. 양육 방식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
“지금은 효은이가 엄마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욕을 하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통하니까 친구들에게도 통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욕을 하는 거고요. 효은이가 거칠게 나가면 친구들이 겁먹고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다른 학부모님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교에선 어떻게든 제가 잡아 볼 테니 어머니도 집에서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가 바로 잡지 못하면 더 거친 아이로 변할지도 몰라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효은이 인생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술을 마시고 옆자리 손님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거나 가게 기물을 파손해서 현행범으로 구속되는 어른, 가정에서 아내와 자녀를 때려 강제로 분리되는 어른, 아래 직원에게 갑질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 보면 효은이처럼 분노 조절을 못 하던 유년기가 있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빠지지 않게 어떻게든 폭력성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