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어떨 때 아이가 징징거리나요?”

by 나는일학년담임

“주로 어떨 때 효은이가 징징거리나요?”

그동안 효은이는 여러 면에서 엄마에 대한 애정결핍을 호소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지 않고 담임인 나에게 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데 효은이는 친구들을 마다하고 내게 오는 것이다.


“(내 눈치를 보며) 선생님, 어제 저녁때 뭐 드셨어요?”


“(일하는 척하며) 글쎄... 뭐 먹었더라?”


“난 어제 닭갈비 먹었는데. 누구랑 먹었게요?”


“(관심 없는 척하며) 글쎄...?”


“작은 아빠랑 작은 엄마랑 형선이(사촌 동생)랑 내 동생이랑 누나랑 먹었죠. 마침 할머니는 경로당에서 먹었으니깐요.”


“아, 그랬구나. 알았어.”


“(내가 흥미를 안 보이자) 선생님. (내가 대답을 안 하면 계속) 선생님, 선생님?”


“(성가신 표정을 지으며) 아이고, 또 왜 그러시는고?”


“선생님은 제가 좋아요, 싫어요?”


“좋지. 어제도 말했잖아.”


“궁금해서요. 오늘은 싫을 수도 있으니깐요.”


“선생님은 널 좋아해. 앞으로도 좋아할 거야.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네요. 근데 왜 저랑 얘기를 안 하는데요?”


“선생님 생각에는 네가 나랑 말하는 것보다 친구들에게 가서 노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싫어요. 난 선생님하고 노는 게 더 좋거든요.”


"근데... 선생님은 올해만 너랑 있잖아. 내년에는 너네 선생님 아니잖아. 하지만 친구들은 앞으로 6학년 때까지 너랑 있을 거거든. 그럼 선생님과 잘 지내야겠어, 친구들과 잘 지내야겠어?"


"친구들과요."


"거 봐. 친구들이 중요하잖아."


"근데 친구들이 싫어서요."


“이유가 뭘까?”


“애들이 저를 귀찮아하고. 화만 내잖아요. 따돌리기만 하고.”


"그래?"


"네. 전부 다 저만 귀찮아하고."


"전부 다? 친구들만 그러는 게 아니고?"


"네. 엄마도 그러니깐요.(눈물이 핑 돈다)"


"엄마가?"


"(훌쩍이며)어제도 내가 무슨 얘기할라 그러니깐 그냥 가만 있으라 그러고."


"아이고, 엄마가 그래서 서운했어?"


"누나가 뭐라 그러면 다 들으면서, 나보고는 귀찮다 그러고."


물론 현실은 효은이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효은 엄마는 오히려 효은이가 징징거리는 게 고민이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효은이를 따돌린다기 보다는 효은이가 아이들에게 먼저 거리를 두는 편이다. 아이들이 노는 걸 쳐다보는 걸 보면 놀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놀게 해주면 얼마 못 놀고 튕겨나온다. 놀이 규칙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불리한 상황이 되면 떼를 쓰는데 그런 행동은 친구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아이들이 효은이를 나무라면 효은이는 욕을 하며 거칠게 나간다. 그러면 아이들이 내게 와서 효은이를 이르고 놀이는 끝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효은이는 아이들이 자기 말은 들어주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다고 불평한다. 이때 효은이의 말투는 엄마에게 징징거리는 아이 모습과 비슷하다. 문제는 학교에서 이러는 아이가 집에서도 그런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집에서도 누나와 동생을 대상으로 시샘이 많고 엄마를 붙들고 늘어져 피곤하다고 하신다.


“주로 어떨 때 효은이가 징징거리나요?”


“아이고, 하루 종일 징징대는 것 같아요. 무조건 자기만 봐줘야 직성이 풀리는 애라서...”


"효은이 말이 어제도 엄마가 자기 말은 안 들어주시고 누나말만 들어주셨다고..."


"닭갈비에 치즈를 얹어 볶았는데 글쎄 효은이와 누나가 서로 뒤적거리겠다고 그러길래 넌 델 수도 있으니까 누나더러 해달래서 먹으라그랬더니 그렇게 받아들였나 봐요."


“효은이 말로는 자기가 주걱으로 뒤집고 있었는데 엄마가 손을 때리면서 주걱을 뺏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럽게 울었어요."


"주걱 이리 달라고 해도 안 주고 고집을 피우더라고요. 손 델까 봐 할 수 없이 뺏었죠. 마침 전화가 와서 통화 하는 동안 누나가 뒤집었는데 그게 억울했나봐요."


"네, 효은이가 승부욕이 강해서 누나한테 주걱을 뺏겼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가 누나편을 들었다고 생각했겠고요. 그게 서러웠나봐요."


"네, 효은이는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하더라고요..."


"효은이가 징징대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설명도 해주고... 그래도 징징대면 야단도 치고...”


“근데 효은이는 엄마가 설명해 주신 부분은 기억이 안 나고 거절당한 기억만 나나봐요.”


“네. 근데 효은이 하나만 키우는 것도 아니고... 누나와 동생이 있으면 자기만 봐 줄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자꾸 징징대네요...(한숨)”


“효은이 입장에서 자기가 살아남으려면 엄마에게 징징대서라도 엄마를 통제해야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효은이 딴에는 엄마 사랑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지 않아서 징징대는 것 같아요.”


“제가 효은이를 더 챙기면 챙겨도 덜 챙기지는 않는데도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효은이 입장에서 엄마 사랑을 더 많이 받아야 채워지려나 봐요. 효은이는 그때까지 계속 징징댈 수밖에 없어요.”


“네...”


“아이가 징징대면 어른 입장에서 귀찮지만... 사실 아이 입장에서 징징대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징징대려면 효은이도 기운을 써야 하잖아요. 친구들에게도 창피한 일이고요. 그걸 감수하고라도 징징대는 효은이가 불쌍해요. 만약 효은이가 어릴 때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았다면 이렇게 징징대느라 힘들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효은 어머니가 충분히 사랑을 주신 건 제가 아는데... 효은이는 사랑을 많이 먹어야 하는 아이인가 봐요. 이, 삼 년만 고생하시면 효은이도 자라서 지금보다 쉬우실 겁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미션으로 엄마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라고 한 것 또한 효은이가 엄마를 마음껏 독차지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면 애정결핍으로 얻은 상처도 치유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내 마음처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쁜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걸 보면 오랫동안 누적된 관계가 새로운 방향으로 재설정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까지는 효은이도, 엄마도 행복했다고 한다.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였다. 효은이가 누나를 보자마자 자랑을 한 것이다. 3학년인 누나는 엄마에게 왜 자기는 떼어 놓고 갔냐고 화를 냈다. 그걸 보고 효은이가 약을 올렸다. 엄마는 다음에 누나도 데려가겠다며 달랬다. 그러자 이번엔 효은이가 화를 냈다. 자기에게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의미가 없어진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누나는 당장 아이스크림 내놓으라며 울기시작했다. 효은이가 계속 약을 올리자 누나가 효은이를 밀쳐 넘어뜨렸다. 효은이가 욕을 하며 달려들어 싸움이 났다. 엄마가 말려보았지만, 두 아이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효은이가 누나를 할퀴어 생채기가 났고 엄마는 효은이를 때렸다. 효은이가 악을 쓰며 울었다. 마침 외출에서 돌아오시던 할머니가 그 상황을 보시고 엄마를 나무라시고 효은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그럼 결국 어제 효은이와의 누나의 갈등은 해결이 안 된 채 끝났겠군요?"


"네..."


"이런 일은 자주 있나요?"


"네, 효은이가 울면 어머니, 아버님이..."


"주로 효은이 편을 드시나요?"


"네, 아무래도 손자라서 그런지..."


"효은이가 속상했던 원인은 엄마와 누나였는데 할머니가 해결해 주시는 건 조금 비정상적인 해결과정으로 보여요. 이런 식으로 해결하다보면 효은이 입장에서는 자기 입장을 피력할 대상이 바뀌는 셈이거든요. 그것 또한 거절감으로 느낄 수 있어요. 효은이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겠고... 그래서 더 징징댈 것 같아요."


"네, 근데 어머니가 나서시면 제가 효은이를 야단치기가 어려워요."


"효은이를 훈육하실 때 할머니는 중립적이신가요?"


"집에서 애들한테 큰 소리 내지 말라고... 제가 효은이를 야단치는 걸 싫어하세요."


"보통 형제 자매가 싸우다가도 엄마가 그만하라고 하면 멈추는데 효은이 남매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엄마의 권위가 서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네, 두 아이가 좀 드세서요...”


"그렇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 편이라고 생각해서 엄마를 무시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제가 야단치려고 하면 할머니한테 숨으면 되니까..."


“엄마의 훈육이 먹히려면 어느 정도 권위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만만해 보이고 있어요. 그 원인 중에 할머니가 있고요. 할머니는 나름 생각이 있으셔서 효은이를 감싸시겠지만, 결국 엄마와 할머니의 서로 다른 양육관 때문에 효은이만 혼란스러워요. 학교에서 효은이 행동을 보면 친구들에게 인정 받고 싶어 애쓰다가도 의도한 대로 안 된다 싶으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든요. 두 가지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엄마와 할머니라는 서로 다른 어른을 상대하면서 터득한 방법일 겁니다."


"..."


"효은이 울렸다고 할머니께 야단맞으셨다고 하셨죠? 평소에도 자주 그러시나요?”


“효은이에 대한 편애가 있으세요. 효은 아빠가 시내에서 사업할 땐 따로 살았는데 잘 안 돼서 본가로 들어왔거든요. 그래서인지 저를 미덥지 않아 하시고요.”


“아이들 훈육하실 때 할머니가 자주 개입하시나요?”


“네. 거의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어머니 계시면 야단을 못 쳐요. 저한테 뭐라고 하셔서... 그래서 애들이 저를 우습게 아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하... 효은이가 애정결핍을 느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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