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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l 03. 2017

2-2 여행, 그 담백함에 대하여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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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준비한 화려한 외출이기에 여행의 방향을 정하거나

순간의 결정에서 내가 나서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야했다.


그들을 따라 한없이 걸을 뿐이었다.

적어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을 신고 올걸. 5월 속초의 태양이 그토록 따가운 줄 몰랐다.


숙소는 어디인지, 점심은 무엇을 먹는지,

이것조차 사전에 고려된 동선이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나에게 툭툭 내뱉는 스무고개의 질문들이었고,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속초를 배경으로한 거대한 방탈출 게임과도 같았다.


그동안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걸까,

어느 순간 속초의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안가의 거대한 아파트 공사장엔 타워크레인 두 개,

재래시장 가는 길에는 제빙공장이 한 동,

고목으로된 서까래가 촘촘히 박혀 근사한 오래된 건물 한 채,

몇십년은 묵어보이지만 철거를 용케 피한 색바랜 공중전화기 한 개,

방어는 헤엄칠때 머리와 꼬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그 날 밤, 피곤한 몸을 이불 속에 뉘이고 오늘 찍은 사진과 영상을 열어보았다. 카메라 안에는

타워크레인 두 개, 제빙공장 한 동, 건물 한 채, 공중전화기 한 개, 뻐끔거리는 방어 한마리,

그리고 여행이 시작할때보다 서로의 걸음과 거리가 가까워지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무작정 걸으며 어깨 부딪히고, 발도 엉키며, 그냥 함께 이야기하면서 걷는 것.

진짜 여행을 기술을 아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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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꾸는아이들>

2-2 여행, 그 담백함에 대하여

#여행의 기술


글 / 양광조,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의 선생님이자 야매작가

(@imagedoodler _www.instagram.com/imagedoodler )

그림 / 송혁,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가난해진 그림쟁이

(@songkingko _www.instagram.com/songking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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