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Picking
남편과 결혼을 하고 참 많은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고사리’를 들 수 있다. 고사리? 육개장에 넣어먹고, 나물로도 무쳐먹는 갈색 식물. 연애할 때부터 남편은 봄이 되면 식구들끼리 고사리를 뜯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족들이 모두 심마닌가? 뭔가 싶었는데, 작년에 4월에 미국에 와서 말로만 듣던 ‘고사리 픽킹 Picking’을 다 같이 떠났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양 옆으로 숲이 우거져 있는데 식구들이 숲 곳곳을 매의 눈으로 보며 다녔다. 그러면서 뭔가를 부지런히 뜯는데 이것이 고사리라고 했다. 고사리는 처음에 고개를 숙이고 땅 위에서 불룩 솟아 나오다가, 햇빛을 받아 따뜻해지면 줄기가 길쭉해진다. 더 시간이 지나면 줄기 끝 숙여져 있던 머리 부분이 펼친 손가락처럼 쫙 벌어지면서 잎을 틔운다. 그렇게 잎이 펼쳐지기 전에 꺾어야 순이 연하고 맛있어서 우리가 밥상에서 만날 수 있는 고사리가 된다.
돌아보니 작년에도 이맘때쯤이었길래, 남편과 형님, 그리고 조나와 함께 다시 그 장소로 가봤다. 작년에 갔을 때는 숲 가운데 있는 빈 들판 가득, 삐죽삐죽 솟아있던 고사리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아직 추위가 계속되고 있어서 인지 고사리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눈은 예사롭지 않다. 색을 보는 것은 좀 약한데, 대신 패턴을 보는 것에는 굉장히 능숙하고 빠른 사람이다. 어! 저기 있다! 라며 이제 막 돋아나려고 하는 새싹 고사리들을 가리켰다. 정말 고사리들이 이제 조금씩 수줍게 얼굴을 숙이며 땅 위로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아직 해가 부족했는지 작년처럼 신나게 딸만큼의 양은 아니었지만 어린 조카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고사리 만한 손을 가진 조나는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고사리, 고사리! 를 외치며 15개 남짓 고사리를 꺾고는 뿌듯해했다. 3주 후? 1달 뒤쯤에는 많이 올라올 것 같다고 상황을 정리하며 공원을 빠져나왔다.
신기한 것은 두 번의 현장 실습을 통해 나 역시 이제는 고사리를 분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운동 삼아 걷기 위해 인근 호수 근처를 갔다가 작은 숲 길을 발견했다. 작은 뒷 산 정도 크기였는데 제법 우거져 있었고 깊숙한 곳에는 이미 나뭇잎이 무성히 피어나 있는 고사리가 보이기도 했기에, 나와 오빠는 내심 혹시 여기도 고사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있다, 고사리!’ 올라가던 길에서 고사리를 발견했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발견하며 또 뜯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양만큼은 되었다. 그렇게 신나게 뜯으며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뜯은 고사리는 독성이 있어 그대로 먹을 수는 없다. 먼저 끓는 물에 삶은 다음 말린 후에야 요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시장에서 보는 고사리가 빼빼 마른 검은색 덩굴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사리 하면 곧 잘 ‘제주도’를 연상하기 때문에 미국 고사리가 좀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직접 본 바에 의하면, 이곳 청정 환경에서 자란 고사리라면 오염 등에 대해서는 매우 자유롭고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하튼 나에게 고사리는 몰랐던 세계를 알게 해 준 매개체이다. 대단한 무언가는 아니지만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숲 길 풍경을 더 정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또 몰랐던 식물의 이름을 알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고사리에 대한 짧은 경험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