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렇게 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 설문을 종이 설문으로 대신하셨다고 해서 해당 설문지를 분석팀에 보내주시면 그만이겠거니 했다. 어렵지 않게 일이 처리되어 한숨 돌렸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고, 종이 설문에는 누락되어 있던 다른 설문 내용이 떠올랐다. 이미 감사하다는 인사 말이 다 끝난 상황에서, 그 끝의 매듭을 풀어 다시 일을 부탁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가슴을 누른다. 소심한 나는 잠시 안절부절못하고, 한 번에 이 사실을 전달하지 못한 나를 책망하고, 어떻게 부탁을 할지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는다. 그냥 그 부분은 무시해 버리고 진행해버릴까도 싶다. 그래, 나는 이 부담감을 회피하고 싶은 전화 공포증 환자다. 그러다 일 잘하는 누군가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해 본다. 단순하다. 고민할 시간에 다시 부탁해서 일을 제대로 수습하는 거겠지. 통화 버튼을 꾹 누른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듬더듬 인사를 드리고, 재빠르게 복구되어야 하는 부분을 전한다. 과정이 번거롭지만 그 부분에 대해 잠시 후 수습해 주겠다는 고마운 답변을 얻었다. 전화를 마치고, 얼른 필요한 자료를 재차 확인해 메일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로 진행 방법과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한다. 한숨 돌린다. 이제 완성되었구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일 뒤 화요일 이 자료를 전달받아야 하는 측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같은 주 목요일까지는 자료가 꼭 분석되어야 하니 퀵으로라도 빨리 받을 순 없겠냐고 독촉한다. 이미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훈훈하게 마무리된 일에 하나가 더해진다. 아, 또다시 가슴이 얹힌다. 그냥 기다려봅시다 하고 싶은데, 이것도 기한 까지는 일이 진행되어야 하니 또 할 말을 적어가며 정리를 하다가 통화버튼을 꾹 누른다. 계속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부탁드린다. 다행히 자료는 수요일까지 안전히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적고 끝내고 싶었지만, 부탁의 꼬리는 조금 더 길었다. 자료를 받아본 측에서 참여인 몇 명의 자료들이 부분적으로 누락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 과정 상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실수들이지만 또다시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한데'라고 고 시작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후. 이거야 말로 그냥 결석자이겠으니 누락시키고 분석을 요청할까 싶지만, 알게 된 이상 그냥 두기가 불편해진다. 통화를 누르고 과정을 반복하여 부탁드리고, 또다시 감사를 드리고, 자료를 받고, 또다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오늘 하루에 응원을 재차 보내고, 진정한 마무리를 의미하기 위해 아껴두었던 '하트' 이모티 콘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