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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짧은 생각

015. 아이의 사랑이 더 크다

by Azi

아이가 어디서 공짜로 얻은, 수명을 다 한 플라스틱 야광봉 뒤를 이로 아작아작 씹고 있었다. 혹시 그러다 플라스틱 조각이 혹은 야광봉 안에 든 액체가 아이 입으로 들어갈 까봐 걱정이 되었다. 달라고 해보았지만 잘근잘근 씹는 재미를 쉬이 포기하겠는가? 그래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결국 모질게 아이 손에서 야광봉을 뺏고야 말았다. 상실을 경험한 아이는 아쉽고 속상해서 이내 엉엉 울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난 왜 이리 거친 엄마인가. 잠시 자책하며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울던 아이가 자기 패딩 호주머니 양쪽을 주섬주섬 뒤진다. 하나가 없어졌으니 대신할 무언 가를 찾는 중인가 보다 싶어 계속 지켜봤다. 눈물을 그치고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각각의 호주머니를 계속 만진다. 그러다가 뭔가를 드디어 찾았는지 움켜쥔 손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내 내 앞에 들이댄다. 조그마한 아이 손에 이틀 전에 밖에서 놀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딴, 콩알만 한 열매 두 개가 있다. '엄마, 이거 엄마 해.'. 아이가 그걸 무척 소중히 여기며 놀았던 기억이 나서 정말 나 주는 거냐고 되물으니, 당연한 표정으로 그렇단다. 그러고선 쿨하게 감정을 툴툴 털고 내 손을 잡고 다시 가던 길을 가지고 한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도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들이 부모를 그보다 더 사랑한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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