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May 21. 2022
아...괜히왔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하기전엔 귀찮음이 하면서는 후회가 밀려와도
하고나선 거대한 뿌듯함이 몰려오는
운동의 매력을.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어항 환수를 해주고 어차피 땀흘리니까 라는 마음으로
대강 씻고 나왔다.
2호선 전철을 꽤나 오래 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마포16번 마을 버스를 타고 내린곳은
망원 나들목.
한강 오랫만에 와보네 라며 추억에 젖어 무심코 걷다보니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누군가 한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왠지 말걸기가 부끄러워 gs편의점 2호점앞 파라솔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한강이 눈이 부시게 반짝이고 모두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나도 예전엔 3~4시간 자전거로 동작에서 뚝섬찍고 왔었는데 이젠 잠원만 지나도 숨이 차는 몸뚱이가 되었다.
네이버지도에 동작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찍어본다.
1시간 남짓.
껌이네 했다가 그래, 이건 기계처럼 달리는 사람들의 속도지.
무릅이고 허리고 약해진 나는 두어배는 걸릴테지 하며 지레 포기했다.
이래저래 시간이 다 되어서 약속장소에 갔더니 관계자들이 나와 요가매트를 깔고 있었다. 어느정도 사람들이 채워지자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요가는 서울시 청년교류공간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울산의 웰니스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눈은 요가하러 온 이들과 선생님의 딴딴한 마른 근육에 고정되었다.
아. 조끼 입고 오길 잘했다. 어쩜 저리 군살이 없나.
감탄을 하는 사이 요가가 시작되었다.
"힘드시면 아기자세하시며 릴렉스 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는게 중요해요."
아아. 친절한 선생님!
그리고 나는 곧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쳤지.
시계는 어디있나.
왜 안끝나지?
..................
최근 들어 시작한 필라테스 수업때 시계 바로 옆에서 수업 받는 인간이 바로 나다. 선생님이 내 몸을 끌어당길때마다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사실 3번이나 빠짐.....)
안가고 싶어서 늘 달력에 꼭 반드시 무조건 가야함을 시뻘건 색깔로 써놓는다.
그런 내가 자청해서 요가를 하러 온것이다.
몸이 심하게 삐걱댔다.
몇번이나 아기 포즈로 늘어지고 싶었다.
그러나 다들 열심히 빠릿빠릿하게 따라하는 바람에
도저히 나만 쪽팔리게 아기포즈를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특이한 파이브 발음에 집중하며
그래도 열부터 안세는게 어디냐 라는 마음으로 따라했다.
조리를 신고 텃밭을 누비는 내 시커먼 발이 신경쓰였지만
나의 몸은 서서히 풀어지고 있었다.
매일 아침 다노 스트레칭 따라한 보람이 있구먼.
혼자 흐뭇해하며 끝까지 해나갔다.
그런 우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남자들과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온 부부들이 쳐다봤다.
선캡에 기다란 체크무늬 바람막이를 입으신 중년 여성분은
우리의 뒤쪽에서 자신도 조용히 스트레칭을 하며 따라하셨다.
관계자가 사진까지 찍는등 공개된 장소에서 요가를 하는게 좀 부끄럽긴 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때 멀리서 관계자분이 물과 간식을 세팅하는게 보였다.
'어서 마시고 싶다고!! 어서!!'
뜨거운 아침 햇살 아래 말려놓은 고추처럼 버석버석해진 몸뚱이의 절규를 들으며 끝나자마자 냉큼 달려간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아이스티면 더 좋겠는데 말이지.
속으로 투덜대면서.
마이쮸 간식도 마음같아선 한주먹 쥐어서 주머니에 두둑히 챙겨넣고 싶었지만 다들 하나씩 가져가는 바람에 나도 딱 하나만 집었다. 많이 먹으면 요가 한거 다 날라가니까.
오늘 쓴 푸른빛이 도는 퐁신퐁신한 요가매트를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선물로 주심)
거대하게 밀려오는 뿌듯함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또 한번 다짐해보았다.
다음주 필라테스 절대 빠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