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밧을 준비해 주세요
6/12/일
순간
너무 기뻐 말문이 막혔다.
67.1 kg!
남자 친구가 떠난 8일부터 독한 마음먹고 시작한 다이어트로
5일 만에 2kg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단순한 규칙.
적게 먹고 많이 움직였을 뿐인데
50일 내내 남자 친구와 신경전을 벌이며 걷고 또 걸어도 징그럽게 안 빠지던 살이
드디어 빠진 것이다!
아침엔 야채나 과일 그리고 요쿠르트나 요거트
점심엔 오믈렛이나 팟타이
약간의 간식으로 과일
저녁엔 굶거나 너무 배고프면 6시 이전에 우유나 요구르트 또는 약간의 과일.
여기서 중요한 건 약간!
그리고 당분이 높은 망고나 파인애플은 자제했다.
대신 수박을 먹었다.
(자제란 먹긴 먹되 전보다 반 만 먹거나 한다는 거다.
망고는 거대한 유혹이자 신의 선물.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영역. )
그리고 틈틈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동네를 걸어 다녔다.
전에 먹던 음식량이 어마어마했던 지라
(예시
6/5/일
-파인애플, 망고 셰이크
-팟타이, 레몬주스
-후렌치 프라이 조금, 요구르트 한병, 딸기 아이스크림 콘 2/3
-돼지고기 꼬치 하나, 버섯 롤, 치킨 케밥, 버섯 계란구이, 과일 음료,
다코야키------이렇게 먹는다면 지구 반 바퀴를 돌아도 살이 안 빠질 듯...)
갑자기 줄어든 음식량에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위장은
적응을 못하고 몸부림을 쳐댔다.
잠이 안 오고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솟구치는 신경 쇠약 증세에
조금만 걸어도 어지럽고 현기증 나고 온몸에 기운이라곤 한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고 버텼다.
견대 냈다.
남자 친구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매일 의지가 약하다고 항상 포기하려 한다고
살 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거 자기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먹는 것 앞에서는 눈이 희번득해져서 짐승처럼 먹어대는 나를
안타까워하는 남자 친구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예쁜 옷도 사줬는데
(노란색 바탕에 수박이 박힌 티셔츠)
삼겹으로 된 커다란 배와 울퉁불퉁한 등근육,
너 불너 불한 팔 때문에 영 태가 안 났었다.
이제는
문제없어.
뭐든지 입을 수 있다.
이대로만 쭉쭉 빠져준다면!!!
그러나 우리의 몸은 참으로 똑똑하여
만약 내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먹는다면 미친 듯이 저장할 것이니
이 식단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는 나는
이제 운동이라는 바다에 힘차게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침
집 근처에는 치앙마이 체육관이 있다.
찾아 나섰다.
골목골목을 돌아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며
나선길.
일본 문화 센터도 발견하고는
엉뚱하지만 이곳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도착지는 탑스 마켓.
시원한 쾌변을 선물해 줄 요구르트 하나만 달랑 사가지고 돌아왔다.
괜찮다. 체육관은 내일 가면 된다.
앞으로 목표는 12kg 감량.
문제 없다!
다이어트에는 식이가 90이라는 친구의 말은 참으로 진실이었다.
라차밧 대학 근처 팟타이 집.
이런 음식이 사방천지에 넘쳐나니 다이어트 너무 힘들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