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지요
6.27. 월.
아침에 운동하기로 마음먹은 지 거진 한 달.
드디어 아침 운동을 나갔다!
9시.
요구르트도 살 겸 스테디움에 갔더니
트랙을 걷는 이는 단 4명.
서양인 할아버지 3분과 태국 아저씨 1명.
분명 아침이거늘 햇살이 너무 따가운 것이다.
다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트랙 위를
나는 꿋꿋이 한 바퀴를 채우고 걸은 뒤 서둘러 세븐일레븐으로 향했다.
어제가 일요일이라 선데이 마켓에서 어마어마하게 먹어댔지만
3시간 30분이나 걸었던 터라 겨우 66.8kg를 유지했다.
조금 먹고 그만큼 걸었더라면 이번 달 목표인 65kg 에 진입 가능했으련만.
요구르트를 사고 털래털래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 친구는 푹 잠들어 있고
방치해둔 야채와 땅콩을 먹어 치워야겠다 싶어
한입 넣는 순간.
에이 퉤.
역시 오래된 야채는 먹는 게 아니다.
땅콩에 방금 사온 요구르트
그리고 남자 친구의 가방에서 털어낸 인스턴트 된장국을 시원하게 먹어 치웠다.
태국 요구르트는 콜라 페트병 만한데
달달해서 꿀떡꿀떡 마시면 바로 쾌변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쾌변용으로 요구르트를 마신다.
12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치앙마이 호수 화이 떵 따오!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 가 아닌 코스타스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갔다가
나는 어쩐 일인지 내팽개 쳐지고 여자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의 작업에 걸려든
독일인 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던 그 호수였다.
이번엔 남자 친구와 나 단둘이 간다.
수줍은 남자 친구는 코스타스처럼 순식간에 여자를 낚아채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불상사 따위
없다.
진심, 다행이다.
(그나저나 엄청 놀랬다. 바람둥이가 괜히 바람둥이가 아님을 눈앞에서 목격...
요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 롱)
창푸악도로를 거쳐 달려 달려하는데 한참을 달려가니 남자 친구님께서
-어. 지나간 것 같아.
하신다.
어떻게 그리 쉽게 말하는가.
지나갔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길을 잃은 것 같아.
뒤따라 오는 말.
이때 길도 못 찾는다는 둥, 다시 돌아가 보자, 이길로 가면 될 듯하다 라고 하면
큰 싸움이 일어난다.
그저 마음을 토닥토닥 하고 그래 이왕지사 이리된 거 그냥 쭉쭉 아무대로나 가보자
날 좋은 날 호수 아니어도 갈 곳 천지 삐까리다.
해서 가게 된 곳이 매림이었다.
말로만 듣던 포시즌스 리조트 구경도 겉으로만 하고
(하루 숙박비가 거의 60만 원이란다. 내 한 달 먹고 자고 놀고
가끔 마사지받고 개들 간식 사주는 돈보다도 크다..)
그 앞 주차장에서 쏨펫 마켓에서 사 온 수박, 파인애플, 망고 그리고 찰밥과 돼지고기 꼬치를 먹었다.
매림에는 많은 액티버티가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관광 신청하면 다 여기로 실려오겠다 싶을 정도로 그득그득했다.
원숭이 쇼, 코브라 쇼, 곤충 박물관, 코끼리 똥 종이 가게, 사륜구동 체험, 사격장,
코끼리 체험 등 온갖 체험활동들 중 유독 곤충 박물관에 끌렸다.
한번 가보자!
50밧 이상이면 돌아 나오자!
갔더니 200밧이나 했다.
비싼 가격에 망설이니 150밧 어린이 가격으로 해주겠단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어쩌고 하며 굵은 목소리로 살살 꼬드기길래
남자 친구 얼굴을 보며 무언의 대화를 주고 받은뒤
망설임 없이 돌아 나왔다.
한참을 구비구비 올라가니 웬 딸기밭들이 그리 많은지
순간 멈춰서 딸기 사려다가 태국 딸기는 딸기도 아니라는 말이 생각나 그도 패스.
(한국에서 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항상 딸기 향기가 가득하다는 게 그 증거)
산길을 달려 메싸 엘리펀트 캠프에서 멈춰 섰다.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을 끼고 근사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남자 친구는 산책을 좋아라 한다.
나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매표소가 정문 앞에 없는 걸 보니
코끼리 보기 전까지는 공짜로 산책을 할 수 있겠거니 싶어 가보니
문 닫았단다.
겨우 3시가 조금 지났건만 안에서 꾸역꾸역 관광객들이 선글라스와 챙넓은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목에 건채 나오고 있었다.
아쉬움과 분노가 동시에 느껴졌지만 역시도 싸바이 싸바이 하고
구불구불 올라가니 계곡을 따라 오두막이 점점히 박힌 식당가가 나왔다.
그럼 저기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자.
멈춰 서니 주인이 나와서 하는 말
문 닫았단다.
드디어 부처님 반토막 같은 인내심 지존 남자 친구도 폭발!
영업되는 식당을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씩씩 대며 오토바이를 몰았다.
하루에 보험료 포함 100밧짜리 오토바이는 용을 쓰며 도합 120kg의 두 인간을 싣고
그렁그렁 오르막 내리막 길을 돌아다녔다.
드디어!
한 태국 커플을 따라 들어간 곳은 보기엔 닫혀 있었지만
두 커플이 동시에 들어서자 안에서 비척비척 태국 주인이 나왔다.
남자 친구는 50밧짜리 아이스티를
출출한 나는 50밧짜리 오믈렛을 주문했다.
나무들은 우거졌고 오두막엔 개미가 우굴 우굴
바로 옆에는 비 온 뒤 흙탕물이 우렁차게 흘러댔지만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남자 친구는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눈을 감는다.
나는 한 손으론 그의 손을 마사지하고
한 손으론 계란과 밥 그리고 칠리소스가 전부인 오믈렛을 먹는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어쩐 일인지 메뉴와 다르게 오믈렛은 40밧 아이스티는 30밧이었다.
4시가 넘어 우리의 장한 오토바이를 타고
퐁양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왼쪽 산속 깊숙한 마을에 가는 게 분명한 길을
남자 친구는 거침없이 내달린다.
산은 밤이 빨리 찾아온다.
태국 산길엔 가로등 따위 없다.
안전등 따위 없다.
우리 오토바이는 이미 쿨럭쿨럭 그르렁 대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어쩌면 가솔린 가게도 없을지 모른다.
처음엔 공기 좋던 산도 나무도 이젠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돌아가고 싶다.
매연 가득한 도시 치앙마이로.
(사실인즉 방콕보단 낫지만 치앙마이도 늘어난 차와 오토바이로 소음과 매연이 만만치 않다.
특히나 일부 운전자들은 싸구려 기름을 써대는지 운수 좋은 날은 시커먼 공기로 샤워를 하는 날도 왕왕 있다.)
실랑이를 벌이다 그럼 저 앞에 가는 농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싶어 오토바이를 세웠다.
우리가 싸와디 카~ 하며 말문을 틀자 그대로 얼음이 되버리셨다.
아주 많이 놀라신 눈치다.
외국인은 살아생전 처음 보신 분 같았다.
한평생 산아래서 묵묵히 농사만 지으셨던 할아버지는 오늘 느닷없이
긴 머리를 휘날리는 일본인과 짧은 머리에 수다쟁이 한국인을 만난 것이다.
그래도 손짓으로 치앙마이 여기 아님 저기 하니까
고개를 한참 갸우뚱갸우뚱하시더니 흐흐 웃고 마신다.
우리도 같이 웃고.
그렇게 침묵이 잠깐 찾아 든후 내가 다시 치앙마이~~ 했더니
이쪽으로 계속 가면 아녀 아녀.
왔던 길 다시 쭉 후진해서 가버려.
라고 말씀하셨다.
ㅎㅎ.
나의 승리로 의기양양 이제 돌아가는가 했더니
남자 친구는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가보자고. 또 그 근성이 나와서
우리는 끝도 없는 오르막 대 장정길에 올랐다.
저 멀리 수도관이 터져서 호수가 되어버린 도로가 나오니 남자 친구가 살짝 긴장한다.
그때 잽싸게
봐라. 길도 험하지 않니.
오는 길에 치앙마이라는 이정표도 못 봤지 않니.
오토바이도 힘들어 하지 않니.
밤이 찾아오고 이 험한 길 야생동물과 같이 달려봐야 네가 정신을 좀 차리겠니
속살속살 대니 씨도 안 먹힌다.
아...
남자 친구는 귀에 왁스를 쳐 발러 댄 게 분명하도다!
그럼 한번 더 물어보자 싶어
힘들게 오토바이를 끌고 가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지금 이 길로 쭉 가면 치앙마이가 나옵니까.
다시금 침묵이 찾아들고
치앙마이 요기 요기?
하고 나서야
므엉므엉!
대답이 돌아왔다.
므엉이다!
이 길로 가면 듣도 보도 못한 므엉이 나온단다!
그제야 우리는 오던 길을 되밟아 돌아갈 수 있었다.
조금 달리다 생각해보니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끌고 가던 게 생각났다.
여기서 마을은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아직은 더운데 이 오르막 내리막을 어찌 간단 말인가.
혹시나 가솔린이 모자란다면 우리 껄 나눠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남자 친구는 아니야, 그냥 오토바이가 고장 난 거야
하지만 나 또한 고집을 부려본다.
가솔린이 없는게 분명해!
불쌍한 아저씨! 우리가 아저씨를 도와야 돼!
아저씨는 모터가 고장 났다며 웃으셨다.
이번엔 남자 친구가 의기양양해졌다.
우리는 오던 길을 다시 한참을 내달려 매림 시내에 도착해
마크로에서 한국 라면을 봤었다는 나의 증언에 마크로에 갔다.
태국 라면만 실컷 있었다.
아마도 항동에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니 그곳에만 있는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7시가 다 되었다.
7시간을 오토바이로 돌아다닌 거였다.
오는 길에 산 콘치즈 감자칩과 함께 진수성찬을 즐긴 뒤
8시 50분이 되어서야 비척비척 스태디움으로 저녁 운동을 나갔다.
겨우 한 바퀴 돈 게 전부였던 아침운동을 으스대며 자랑한 뒤
1시간여의 걷기 운동 후 내일 아침 거리를 사야 한다고
나는 와로롯에
감자칩 애호가인 남자 친구는 타패 게이트 맥도널드에 가기로 했다.
정말인지 오토바이만 잘 몰면 치앙마이의 삶은 문제가 없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교통경찰이 힘겹게 하지만서도.
(반대로 오토바이가 없다면 썽태우와 뚝뚝 흥정에 시달려야 한다는 말)
요새 감자칩이 세일을 하는지 XL 사이즈가 42밧이었다.
케첩을 마구 뿌리고 나는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찍어 먹었다.
그리고 간 와로롯.
아침에 먹는 샐러드도 이제는 물려서 새로운 게 먹고 싶었지만
죄다 살찌는 기름 투성이었다.
남자 친구는 꽃으로 만든 티 하나 사서 입에 물려주고
나는 실로 일 년 만에 쏨땀(파파야 샐러드) 도전에 나섰다.
싫어하는 쥐똥 고추랑 생 게 는 마다하고 기다리는데
분명 우리 전에 태국 아이한테는 30밧 받으시더니 우리한텐 40밧을 받으시는 게 아닌가,
이 친절한 쏨땀 아주머니 께서.
겨우 10밧이지만 이렇듯 두 눈 뜨고 베이는 코는 왠지 모르게 분노 폭발을 일으킨다.
남자 친구가 관광지 가격이라며 그냥 가자고 해서 삭히고 돌아왔다.
집에서 찰밥과 쏨땀을 먹었는데 바가지 써서 그런지
생선 냄새가 고약하게 났다.
또 내가 이 비린내를 싫어한다.
분명 고추를 넣지도 않았는데 남자 친구가 싫어라 하는 매운맛도 난다.
쏨땀 대 실패.
그래도 40밧이나 주고 샀는데 반은 먹어야지 싶어서
된장국을 만들어 겨우 반을 먹었다.
뭔가 아주 많이 했던 긴 날이었다.
나는 스르르. 잠에 빠졌고 남자 친구는 못다 본 센과 치히로를 봤다.
꿈은 내가 킬러가 되어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 이었다.
별 꿈 도 다 있구먼.....
갓 쑤언 깨오에서 킬러 오락 같은 거 그만 해야겠다...
6.27.월---------66.8
냠냠
-야채 조금, 된장국, 요쿠르트, 땅콩
-코코넛 아이스크림
-수박 망고 파인애플, 고기꼬치, 오믈렛, 아이스티, 햄치즈 샌드위치, 땅콩 초콜렛
-된장국, 감자칩,파인애플
-된장국, 쏨땀, 찰밥,맥 감자칩, 바닐라 아이스크림
돈
-요쿠르트 42,오믈렛 20,물 27
-코코넛 아이스크림 10,낚시줄 25,천 70
-수박,망고,파인애플 40, 고기꼬치와 밥 30, 샌드위치 27, 땅콩 초콜렛 25
파인애플 10
-아이스크림 10,탐분 15,찰밥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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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아침 걷기,마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