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 마세요~
내 소원이 숲 속에 오두막 하나 지어놓고 고요히 사는 거였다.
어제 바로! 폐기 처분했다.
남자 친구는 책을 읽고 나는 인터넷중에
머리맡에 켜놓은 등으로 자꾸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첩첩산중이니 당연히 벌레가 많겠지 했는데
순식간에 수십 마리로 불어나 버렸다.
커다란 개미는 두 쌍의 날개를 단채 등불 사이를 신나게 날아다녔다.
뿐만 아니다.
메뚜기며 딱정벌레며 거미까지 온갖 벌레들이 드글대기 시작했다.
잡아도 잡아도 어디서 기어들어오는지 끝이 안 났다.
원인은 방문 아래 틈새.
나는 잡는 족족 비닐봉지에 넣어 죽이자고 했지만
남자 친구는 죽일 거까지야 하며 도로 풀어주고
그럼 그놈들이 빛을 따라 방문 아래 틈새로 스멀스멀 도로 기어들어 오는 것이었다.
이러니 끝이 안나지!
결국 수건으로 틈새를 틀어막고서야 끝이 났다.
보이는 족족 친절하게 벌레를 잡아 주던 남자 친구는
계속 대는 나의 비명과 부탁에 점점 지쳐 조금씩 짜증을 내던 찰나.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다음날 아침.
방문 앞에 수북이 쌓인 투명한 개미 날개들.
숲 속 트래킹 할 때 유난히 개미가 많았었다.
또 밤이 되면 마을이 유난히 껌껌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전날 난리를 쳐대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모닝 마켓 간다고 자는 남자 친구를 깨웠지만
떡이 되어 늘러 붙었다.
평소 잘 가던 레스토랑에서 고기반찬을 사와 달래 가며 먹인 뒤
이번엔 내가 떡이 되어 깜빡 자고 일어나니
12시....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잖아!
나는 계속 늘어져 비를 무기 삼아 집에서 쉬자고
어제 숲 속 트래킹 너무 힘들었다고 징징 대지만
남자 친구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결국 718계단 사원으로 끌려가
땀으로 시원하게 샤워한 후에야 돌아왔다.
사원 바로 옆에는 고산족 아주머니들이 기념품을 파는데
여기서 장사가 될까 싶게 손님이 없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가니
깎아달라는 소리도 안 했는데 저절로 할인!
인형 두 개에 100밧, 손수 자수를 놓은 손가방 2개에 100밧!
손으로 뭔가 꼬물 락 거리는 게 취미인 나는
핸드메이드 세계의 그 험난함을 잘 안다.
목이 굽고 허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 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걸 겨우 하나 1500원에 파니
속으로 안쓰러웠지만
어쨌든 횡재!
신나서 가방에도 달고
아이폰도 넣었다.
마침 돈을 안 가져와서 남자 친구 돈을 당겨쓰니
남자 친구 만두 살 돈 까지 탈탈 써버렸다.
아까 계단 오를 때
남자 친구는 사서 개고생이라
두 번이나 왕복했는데
올라올 때 땀을 쭉쭉 흘리며 물을 찾았지만
내가 이미 다 마셔버려 조금 삐진 상태였다.
다행히도 고산족 아주머니를 향한 내 마음 씀씀이가 좋다며
칭찬까지 해줬다.
사실은 그냥 싸서 산거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집에 돌아와 한바탕 샤워를 하고
인터넷질을 하니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여전히 이것저것 주워 먹어 살은 전혀 안 빠지고 있지만
어디선가 근육이 늘어나
언젠가는 빠지리라 기대하며
오늘도 행복!
무시무시한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사찰에서.
정말 힘들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