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임신'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여섯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결혼을 한 지 약 10개월쯤 지났을 무렵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다. 계획했던 것보다 이르게 찾아온 아이였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 부부에게 맞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기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점점 배가 불러오면서 머리로만 인식했던 임신과 실제로 내가 겪은 임신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이 내 외적인 상태의 변화였다면, 임신은 내 내적인 상태의 변화였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는 것은 내가 그 안에서 적응해나가면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내 몸 상태의 변화는 적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입덧이었다. 매우 건강한 상태로 살아온 나는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위장도 튼튼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입덧은 정말 내가 여태까지 겪어본 것 중에서도 가장 낯선 종류의 고통이었다. 흔히 온라인 상에서 입덧에 대해 묘사한 것처럼 숙취가 어마어마하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배를 타고 뱃멀미까지 하는 듯한 극한의 입덧까지는 아니었으나, 일단 입덧으로 인해 먹는 양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워낙 잘 먹다 보니 먹는 양 자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는데 임신을 한 이후로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무엇을 먹든 소화가 잘 되지 않았고 항상 뱃속에서 뭐가 꾹 누르는 것처럼 얹힌듯한 불쾌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내가 갖고 있던 성질과는 완전히 상충되는 것이기에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변화는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음식들을 부정했으며(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렇게 향신료를 좋아하던 내가 마라탕 냄새조차도 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좋은 체력으로 스스로 튼튼하다고 자부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항상 집에 와서 빌빌 거리며 누워있는 나 자신밖에 볼 수 없었다.


그전까지 내 상상 속에서 '임신'은 단순히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것만 포함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과 달리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는 동안 내 몸은 새 생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해나갔다. 막달에 정말 말 그대로 빵빵하게 배가 부른 나의 모습은 이전의 내 몸이 어땠는지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으며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숨이 차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로만 계속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만삭에 가까워졌을 때 바지는 입지도 못했고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은 오로지 내 허리를 쪼이지 않는 원피스였다. 물론 임부용 바지가 따로 있었지만 내가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 딱 한정된 기간 동안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기 때문에 사고 싶은 마음이 단 한 번도 든 적이 없었다. 인생에서 얼마 되지 않는 기간 동안만 입을 수 있는 옷은 사고 싶지 않아 임신을 했을 때도 출산을 하고 나서도 입을 수 있는 옷들만 열심히 찾아서 입고 다녔었다.


임신을 하고 바뀐 내 몸의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전에 '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하나도 들어맞는 것이 없었다. 잘 먹는 나, 먹기 좋아하는 나, 체력이 좋은 나, 항상 활기찬 나 등등등. 이전에 내가 가진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임신으로 인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전과 달라진 나의 모습이 정말 내가 맞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새로운 생명이 들어서서 기쁜 마음과는 별개로 임신으로 인해 내게 닥친 엄청난 내 몸의 변화는 정말 너무나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임신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변화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빨리 이 모든 변화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기를 낳으면 거짓말처럼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도 몸은 내가 바랬던 만큼 이전과 100% 동일한 컨디션으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임신을 하기 전 나와 임신을 하고 난 뒤의 나 그리고 출산을 하고 난 뒤의 나까지 모두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나의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과거의 나만이 오로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정상적인 나의 모습이라 생각해 임신했을 때 내 모습을 부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임신 이후로 변화한 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겪었던 임신은 다른 이들이 겪은 것에 비해 세발의 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임신을 하게 되면 내 신체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미리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 임신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여성으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내가 기억하는 신체적인 특징은 대부분 변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가는 것. 그렇게 해야만 이 모든 변화를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나에 대해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와 변화한 모습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리고 그 임신으로 인해 내 모든 신체는 달라지지만, 그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