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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Jul 01. 2024

이토록 불완전하면서도 아름다운 나의 세계

<인사이드 아웃 2> 단평

※ <인사이드 아웃 2>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픽사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인사이드 아웃 2>가 지난 6월 12일 국내 개봉하였다. 완성도 높은 전작이 국내에서 약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만큼 새롭게 개봉하는 속편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를 증명하듯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의 관객수를 뛰어넘은 560만명을 동원하여 박스오피스 순항 중에 있다.


이번 편은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넌지시 예고하며 보는 관객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던 라일리의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13살이 되면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많은 변화를 맞이한다. 라일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했던 가족섬은 크기가 줄어들었고, 그 대신 우정섬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이뿐만 아니라 제어판에 갑자기 '사춘기'라는 새로운 버튼의 경고음이 울리면서 본부 내부도 엉망진창으로 개편되고, 새로운 친구들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불안이는 계속 기쁨이와 대립하면서 라일리의 제어판을 계속 조종하려고 하고 이내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를 감정 컨트롤 타워에서 내쫓으면서 라일리에게 새로운 자아를 심어주려 한다.


기존 감정 컨트롤 타워를 지배하고 있던 감정들이 불안이로 인해 감정 컨트롤 타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사춘기를 겪게 되면서 원초적인 감정들을 느끼는 빈도수가 줄어들고 불안, 당황, 따분, 부러움과 같은 훨씬 더 복합적인 감정들을 많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원초적으로 느꼈던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이 자꾸만 변화하는 자신의 몸의 성장에 따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개가 뒤엉킨 복합적인 감정들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원초적인 감정들과 서로 대립하면서 별로 느끼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것들처럼 비치지만, 이 감정들은 살아가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필요한 감정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부분들을 인격이 부여된 감정들이 서로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타워뿐만 아니라 원초적인 감정들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뻐할 줄 밖에 몰라 '조이코패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기쁨이는 상황이 자꾸만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고, 다른 감정들로부터까지 비난을 받자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이때 버럭이가 다가가 기쁨이를 위로한다. 버럭이는 주저앉은 기쁨이에게 손을 내밀며 기쁨이가 실수를 많이 했고, 앞으로 살면서도 실수를 많이 할 것이지만 여기서 멈춰있으면 안 된다고 말해준다. 원초적인 감정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단순히 판단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수용'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불안이가 자꾸만 불안해하면서 라일리에게 일어날 최악의 수를 가정해 그것들을 대비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불안이로 인해 라일리가 가장 소중한 자신들의 친구들을 저버리고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수용'은 이 모든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한 키워드가 된다. 불안이가 만들어낸 폭풍으로 인해 제어판을 손쓸 수가 없게 되자 기쁨이가 나서서 불안이를 막는다. 불안이가 일으킨 폭풍은 그래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데, 그때 기쁨이는 자신이 되찾아 와서 꽂았던 어릴 적 라일리의 자아를 뽑아버리고 신념 저장소에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들이 서로 한데 뒤섞여 새로운 자아가 생성되도록 만든다. 새로운 자아는 계속해서 변화하며 라일리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들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 자아를 모든 감정들이 한데 모여 껴안아주자 제어판의 폭풍은 드디어 사라진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라일리도 드디어 진정하고, 자신에게 괜찮냐고 다가오며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라일리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자기 자신에게 있는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나쁜 모습들도 받아들이는 것. 이를 말로 적는 것은 상당히 쉬워 보이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 닥쳐서 직접 해보려고 하면 너무나 어렵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우리가 갖고 있는 내면세계의 모습들을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어느 하나 허투루 나타나는 것이 없고, 나쁜 기억조차도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을 내면에서 감정들이 '수용'해주고, 현실에서 라일리가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면서 불완전하지만 '나'를 이루는 것은 내 안의 모든 것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춘기'라는 아주 거대하고 날카로운 폭풍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극적이게 풀어낸 것 같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람이라는 복잡한 존재가 갖고 있는 감정들을 나의 존재와 연결시켜 이 만큼 잘 풀어내고 보여주는 영화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난 라일리가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라일리 안에서 어떠한 감정들이 살고 있을지 보는 것은 조금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올 수 있다면 한번 기다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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