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대한 습작시 몇 편
[1] 거실의 밤
어둠이 내렸습니다.
모든 창이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너머의 하늘은 캄캄한 우물이 되는 시간입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는
월북 시인처럼
투명한 바람벽에 앉아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수직의 우물을 응시하는 너머의 자신과
너머의 자신 너머로 점멸하는 불빛은
고독의 우물일까요
우물의 고독일까요
밤의 마음은 밤과 닮아서
고갈되지 않는 어둠이 끊임없이 샘솟고
나는 내내 속 깊은 심연까지 두레박을 내리며
새까만 외로움을 길어 올렸습니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에서 인용
[2] 아파트
아파트에 살아요.
이곳은
18층의 높이와,
400% 용적률로 쌓아 올린 욕망의 신전.
여유가 있다면
캠핑처럼 제단을 짓고
와인을 담은 제기(祭器)를 얹어 두어도 좋아요.
우리는 공터를 잃고
마당을 잃으며
수평의 자유를 내려놓았지만
삶의 용적률은 더욱 올라가지 않았겠어요.
주택이 진화한다면
욕망이 진화한다면
언젠가는 허물어지지 않은 구룡성채*처럼
더 높이, 더 촘촘하게
궁극의 집적도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구룡성채: 홍콩의 구룡반도에 있던 슬럼가
(2024.8.14.)
※ 대구 글쓰기 모임 '마음씀'에서 '베란다'를 주제로 쓴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