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고 옷도 예쁜 한국
적당한 여름 운동복을 고르게 위해 "탑텐"이라는 매장을 방문했다.
11년 전 한국을 떠날 때는 없었던 브랜드...
그래서 한 때 길을 찾을 때 "행텐"매장은 어디 있냐고 했었다.
여튼 강산은 바뀌었고 "탑텐"으로 향했다.
왠지 그런 날이 있다.
한 가지 색만 눈에 밟히는.
오늘은 왠지 초록색 티셔츠를 사고 싶었다.
눈여겨보던 세 개의 초록 티셔츠를 지나, 초록 스프라이트 티셔츠를 골라 탈의실 대기줄에 들어섰다.
내 옆에서 서성이시던 어떤 어머니는
내가 눈여겨봤던 후보군중 하나였던 다른 초록티셔츠를 들고 계셨다.
대뜸 나에게 말을 거신다.
"저기, 이 티셔츠 어떤 것 같아요..?"
사실 난 그 티셔츠를 패스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어로 Hôtels à Paris 즉 파리호텔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도 그 티셔츠 보긴 했는데, 거기 쓰여있는 글귀 때문에 파리호텔 직원 유니폼 같아서 안 사려고요"
라고 대답했다.
"아, 그렇죠~저도 안 사야겠어요. 그런데 선생님 (나를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붙여 말을 걸어주셨다),
혹시 지금 가지고 계신 스프라이트 티셔츠는 어때요?"
라고 물으신다.
나는 최대한 잘 보이게 쫙 펼쳐 보이며
"저도 초록색 티셔츠가 사고 싶어서 이걸 골랐는데요, 괜찮은 거 같아요!"
그분도 만족스러운 모양.
"보니까 이쁘네요, 그런데 요새 티셔츠들은 죄다 크롭티라서 입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 옷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이 옷이 1+1으로 사야 하는 거라서 일단 입어보려구요.."
어머니의 눈이 갑자기 반짝인다.
"그래요? 그럼 우리 이거 나눠 살래요? 제가 한번 갖고 와서 입어보고, 괜찮으면 우리 1+1 나눠서 사요!"
사실 스프라이트 티셔츠를 두 개 사기는 싫었는데!
결론적으로 그 어머니와 나는 계산대 앞에서 사이좋은 쇼핑메이트가 되어 티셔츠를 나눠가졌다.
사실 한 장만 사고 싶었는데-
초록색 티셔츠가 갖고 싶었던 사람이 매장에 하나 더 있었던 덕분에-
그리고, 진심으로 조언해 드린 "파리 호텔"티셔츠의 인연으로-
한국이라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처음 본 사이인데도 정답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티셔츠도 나눠가졌다.
너무 재미있었던 쇼핑경험이었다.
정 많고 옷도 예쁜,
한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