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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Aug 19. 2023

올드 잉글리쉬 쉽독 순향씨 작업기 <5>

밴드 결성과 순향씨 V1.

시간이 흘러 2020년 10월. 갓 전역한 지운이와 신림동 지운이 집에서 술 마시던 도중이었다. 지운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키고 순향씨를 들려주었는데, 내가 '우리 밴드 하면 앞으로 이런거 할거야'라고 했다. 당시에 지운이는 무슨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지운이가 올드 잉글리쉬 쉽독의 첫 멤버로 들어왔다. 


그 다음 섭외 대상은 원주였다. 원주는 대학시절부터 묵묵히 내 음악을 도와주던 친구들 중 한명이었는데, 같이 길음역에 살던 시절이 있어서 음악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었다. 둘다 90-00년대를 상징하는 영국 록밴드를 정말 좋아했었고, 내가 구린 음악을 할 때도 나를 묵묵히 도와주었기에 신뢰가 있었던 친구였다. 


그러던 원주도 막 전역하고 나랑 악기 수리를 하기 위해 인사동에 갔던 적이 있다. 비를 피해 원주에게 쌈짓길 상가에서 순향씨를 들려주었는데, 원주가 "허허, 이런 음악 나는 진짜 모르겠소 ㅋㅋ" 이러는 것이다. 원주가 나에게 첫 반대를 한 것이다. "아니 원주야 이 음악 진짜 될거라니까??" 하면서 아무튼 원주를 섭외했다. 원주가 두 번째 멤버로 들어왔다. 


세 번째 멤버는 드럼이었는데, 얘는 중간에 도망가서 언급 안하겠다. 아무튼 얘가 도망치기 전에 4인 체제에서 기타를 뽑았어야 했다. 그때 당시 후보로는 지금 함께하는 성민이도 있었는데, 성민이는 군생활 중이라 부를 수가 없었다. 이때 초기 멤버는 주성이었다. 주성이는 송그루 활동 시절 언플러그드에서 만난 친구였는데,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친구로써는 아주 좋았지만 예술을 대하는 데에 있어 어딘가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 내면적으로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다가 주성이랑 어쩌다 술을 마셨었나, 국밥을 먹었었나. 주성이가 내가 밴드를 꾸리는 사실도 모른채 다시 기타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너도 들어올래?'라고 물어봤다. 주성이는 고민해보고 답변을 준다했고, 약 일주일 뒤에 가입한다는 회신이 왔다. 그렇게 첫 모임! 4명이서 밴드 이름을 정하던 순간이었다. 아무도 후보를 안 들고 왔었는데 당시에 정확히 이게 후보였다.


무단횡단

올드 잉글리쉬 쉽독

핑크핑크

송그루와 편린들


이거였는데, 핑크핑크하면 원주는 나간다하고 송그루와 ㅇㅇ들 하면 주성이가 너무 너만 주인공 아니냐고 그건 안한다했다. 그래서 무단횡단 vs 올드 잉글리쉬 쉽독이었는데, 어감에서 주는 느낌이 더 좋았던 올잉쉽을 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내가 핀터레스트 디깅을 많이 했었는데, 뉴진스가 등장하기 전이었지만 이때부터 Y2K흐름이 보였어서 그거와 우리 음악을 접목시킬 수 있는 지점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골랐던 것 같다. 90-00년대 창작물에 대한 매니아적 애정이 정말 강했는데, 지금은 메가트렌드로 소비되는 것 같아 홍대병 환자로서 가슴이 아프다. 당시에는 Y2K가 이렇게 대박을 칠 줄 몰랐어서, 잔나비가 양조위영화-퀸을 접목하고 아도이가 신스팝과 80년대 미학을 들고 온 것처럼 나도 브릿팝과 90년대 미학으로 밀고 가서 매니아층을 형성할 기획이었다. 


아무튼 밴드 이름이 지어지고 드러머가 공석이라 예전에 같이 방송 준비를 도와주었던 권진이에게 연락해 급하게 대타를 부탁했다. 


그렇게 첫 합주, 우리를 모이게 한 '순향씨'를 연주했다. 결과는?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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