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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Aug 19. 2023

올드 잉글리쉬 쉽독 순향씨 작업기 <7>

인디씬 입성, 멤버 교체

순향씨 V2는 솔직히 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팀을 이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방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곡들을 작업해도 편곡에 대한 키가 여러 명에게 분산되어 있어 중구난방 한 곡들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계속 돌리다 보니 익숙해져 곡이 '어느 정도는' 괜찮게 들렸다는 점이다.

단순 노출 효과


이런 와중에 주성이는 당시 취업에 가장 먼저 성공했다. 심지어 취미로 시작한 유도에 재능이 있었고 유도 대회와 직장인을 병행하며 밴드를 진행했다. 당연히 합주에서 좋은 퀄리티를 보이기 힘들었다. 아마 이땐 지운이나 권진이도 밴드에 큰 흥미가 없어 보였다. 지운이는 잘 참는 편이었지만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있는 게 느껴졌고 권진이는 잦은 지각이 문제였다. 원주는 아마 이 밴드의 발전 가능성을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탈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었다.


이때가 2021년~2022년 1월의 과정이었다. 반년동안 합주만 진행해 밴드가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고, 나의 입장에서도 음악이 정리가 안 되니 비주얼 아트나 다른 기획에 힘을 쓸 수 없으니 지쳐가고 있었다. 2월 초쯤이었나, 음악 색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고 처음으로 해체 이야기를 내가 꺼냈다.


원주랑 권진이는 탈퇴를 동의했고, 지운이와 주성이는 잔류하겠다고 얘기했다. 주성이에게 나중에 직접 얘기하긴 했지만, 당시의 주성이의 근태(?)가 밴드 분위기 와해의 원인이었어서 잔류를 말했을 때 의아함과 약간의 짜증이 있었지만 남아준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고 다음 날, 올잉쉽 첫 공연이 잡혔다. 이때부터 내가 해체를 외칠 때마다 올잉쉽이 장사가 잘 되는 징크스가 생긴다. 반년 합주 함께 했는데, 그래도 공연 한 번 서보면 어떻냐고 물어보니 권진이랑 원주도 동의했다.


이때부터 올잉쉽은 약간의 황금기를 겪는다. 인디씬에서 굴러본 짬이 있어서, 공연장이 카운팅 방식으로 굴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밴드 운영 초반엔 다 지인 장사여서 모을 수 있을 때 굵직한 공연장에 관객을 많이 불렀다. 이 전략이 먹혀서 단기간 내에 굵직한 라인업과 서게 된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 최대 업적은 로우하이로우의 고한결씨와 악수했던 순간이다.


이때가 22년도 7월 즘이었다. 이때부터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주성이가 따라오기가 많이 힘들었는데 주성이가 밴드 내외적인 문제도 생겨서 탈퇴를 통보했다. 이 부분에 있어선 아직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밴드를 위해선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갓 전역한 성민이가 합류한다. 성민이를 영입한 이유는 전역 자금 전부를 밴드에 올인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성민이 영입 당시에 걱정되던 부분은 그가 리더형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나도 리더형 인간이라 갈등이 생길 것만 같았다. 이 예감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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