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상처를 주는 이유 3
어느 날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상담하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자식처럼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픔에 빠져 있는데도,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동료들에게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
할머니의 부고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경우였다.
상담사는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너무 속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그 연예인이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심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애착 형성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불안정 애착 중 ‘무시형(회피형)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보통 ‘회피형’이라고 흔히 불리는,
이 유형의 특징은 이렇다.
- 혼자 있는 게 편함
- 책임이나 속박을 싫어함
- 관계에 구속당하는 것이 싫음
- 상처받는 일에 상당히 민감함
-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피함
- 다른 사람을 의지하는 게 불편함
- 남들에게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음
-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음
-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기대감보다 불편함이 더 큼
- 안 친한 사람을 만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함
(출처: 비주얼다이브)
이 유형의 특징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냥 완전히 우리 남편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 이러한 성향이 있기에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남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감정적인 교류 없이 혼자 지냈던 시간이 많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와 지내면서
자신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면
이별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든지,
본인이 공격받았다고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예민하게 대응한다든지,
뭘 하자고 하면 항상
“잘 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하던 모습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너무나도 혼란스러워하던 모습,
자신은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고백하던 모습, 힘들어하던 모습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슬프게도, 애착 형성 유형은
자신의 자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부모의 불안정 애착으로 인해
자식을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없으니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식이
불안정 애착으로 형성되기도 한다고.
나는 부모로서 내 자식에게
뭐든지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뿐인데,
본의 아니게 불안정 애착을 물려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고 조바심이 났다.
나는 애착 유형에 대해 더욱 알아보았다.
검색하고 이 유형에 대해서 파해치기 시작했다.
회피형 유형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잘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나누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경험이 별로 없어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일찍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감정적인 반응을 하기보다는
해결 위주로 사고를 한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타인의 감정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감정을 대면해야 할 상황을 거부한다고 한다.
자신이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에게, 혹은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도움을 받는 행위를 부담스러워한다고 한다.
큰일 났다. 정말 큰일 났다.
나도 회피형이었다.
남편과 나는 모두 회피형이었다.
그래서 그토록 싸웠나 보다.
서로가 잘난 사람들이라서.
우리는 서로에게 신뢰가 없는
빈 껍데기 관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