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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pr 26. 2022

기록을 쉬어도 좋은 이유

<송블리의 개똥철학> l [생일달 특집편 3.3]

2009년 대학에 입학 한 이후, 2019년까지 다이어리를 모아보니 10년의 세월에 걸맞게 10개의 다이어리와, 몇 개의 수첩까지 포함하여 10+알파의 기록 다이어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2020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2030년을 바라보며 10개의 다이어리를 모을 계획으로 하루하루의 일상과 중요한 일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해야 할 일들과 했던 일들을 나름 10년의 노하우로 균형감 있게 기록한 후, 하루를 마무리하면 그날 하루 밤의 뿌듯함이 크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기억력이 좋은 대다가, 정확한 기록까지 더해지다 보니 몇 가지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 먼저, 잊고 싶거나 혹은 별로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자꾸 기억이 나고 곱씹다 보니 정신 건강에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은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다이어리를 기록으로 꽉꽉 채우기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나 계획 같은, 혹은 버킷리스트들이 너무 과대해져 과두 다이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점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쓰지 않아도 좋은 타임에 기록에 대한 강박으로 다이어리를 적는 나의 모습에서, 이 기록이 오히려 나를 옭아매는 어떤 것으로 변질되는 상황도 있었던 점이 그 불편한 상황들이 예이다.

이에 반하여, 기록을 하면 좋은 점은 다음과 같은 점들도 있다. 첫째로, 하루하루 글을 쓰고 나의 일상을 기록하면 추억과 에피소드를 잘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록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해야 할 일들을 매 년 기록하고, 달 달이 기록하고, 하루하루 기록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어떤 일들을 잘 기억해내고 캐치해내면서, 내 일상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좋은 장점도 있다. 세 번째로는, 이렇게 기록하는 습관을 정말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기록을 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시즌이 되면 어떤 일을 해야지~! 를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기록을 하라는 것이냐? 마라는 것이냐? 에 대한 의논을 해야 한다면,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되, 필요 이상의 기록은 삼가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평소에 아이디어가 많고, 생각을 많이 하며 기록에 미친 듯이 매진하다 보니 정말 머리가 "빠개질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지럽고, 잠도 안 오며 부담감에 짓눌린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많은 기록이 나를, 오히려 힘들게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았던 느낌도 든다. 그냥, 물 흐르듯이 -기록에 매진하지 않고- 삶을 살아도 좋을 시간에 나는 기록으로 나를 채근하며 산 점이 있던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오히려 많은 기록과 기억은 독'이라는 것을 나름의 인생철학으로 가지게 되었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는 말도 있듯이 때로는 잊어버리고 잊힌 삶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는 재미를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인간의 특혜 인지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오늘도, 경쟁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해 내고, 기록을 하고, 우리의 삶을 더욱 발전적인 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무언가에 대한 과잉이 우리의 삶을 더욱 옭아매는 어떤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때로는 휴식/멈춤/내려놓음이라는 종을 울려야 하지는 않을지를 제안해보게 된다.



기록을 하는 습관은 좋지만, 때로는 푹~ 쉬어도 좋을 것 같다.

-송블리의 개똥철학-


* Main Image- 픽사베이, *글- Songvely. 2022.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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