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맑은븐니씨 Apr 23. 2022

날씨 좋은 주말, 송FOX는 뭐하니?

<다블리의 일상다반사> l [생일달 특집편 2.1]

흐렸던 금요일과의 날씨와는 다르게, 토요일의 날씨는 조금의 햇살을 머금은 주말의 날씨다. 이번 주에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던 그리운 추억 시절의 에세이를 작성하니, 문득 나의 성격을 더 살피게 된다. 추억을 잘 기억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외향성이 있으나,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모습도 있고, 나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든 고민하거나 분석하여서, 그 일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의미도 부여하는 일들을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 좋은 주말, 송 FOX언니는,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주문하고, 메신저들을 확인하고,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샤워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 외출 준비 시간에 뜨거운 물의 노곤함에 빠져있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팩트를 대충 두들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샤워시간의 따끈따끈한 시간은 오랜 기간 머물고 싶은 (최장의 시간을 원하게 되는) 몸을 녹여주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간략한 준비를 마치고,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날씨를 느끼고 어제 늘어놓은 온갖 짐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대부분 약속이 없으면 집순이로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고 그 시간에는 취미 생활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잠깐 동네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 보다도 더욱 젊은 시절에는,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도 항상 밖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약속을 잡는 다든지,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서울 온 구석구석을 투어 하면서 못 가본 분위기 좋은 곳을 방문한다든지 어떤 활동들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해야 자기 계발을 잘하는 것이다~!라는 약간의 무의식 중의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휴식 시간도 나름의 플렉스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나를 혹독하게 채찍질하면서 무언가를 하며 휴식시간을 보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물론, 그런 시간에 정말 새롭게 접하는 많은 경험들은 진짜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는 그러한 활동들이 인생을 더욱 살맛 나게 하게 만든다. 하지만, 약간은 보여주기를 위하여 활동하는 나를 볼 때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바깥으로 에너지를 쏟으니, 무언가를 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쳇바퀴 돌듯이 어떤 순간이 무미건조하다는 느낌도 들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하여, 언젠가부터는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조금은 약속도 덜 잡히면서 혼자 있는 시간도 늘어나게 된 시점도 있었다. 이 기간을 통해서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서도 참 잘 놀고, 혼자 있는 시간도 뚝닥 뚝닥 무언가를 하면서 잘 보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사회성을 높이고, 친밀감을 높이는 것도 값진 시간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내면을 정리하는 조용한 시간도 값진 시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번 달 주말부터는 봄기운에 왠지 설레는 기분으로, 다이어트 채소, 식품들을 주문하여 살을 조금 빼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다이어트 식품으로 시킨 채소들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는 푸짐한 식사의 한 밥반찬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당혹스럽다. N첩 반상에 도움을 줄 뿐, 먹을 것 좋아하는 블리 작가의 다이어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며,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주말의 휴식이 좋은 이유는,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즈음,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여유로움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기분 좋은 토요일의 오후다.



작가의 이전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