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l 대답할 기운 없다구요.
나는, 저녁 시간에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가족들이 말을 시켜도 상냥하게 대답을 하기보다는, "나중에 대화하자"라거나, 귀찮음에 대충.. "응"이라는 대답으로 지칠 대로 지친 저녁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낮 시간에 밝았던 에너지와 기운은 어디로 간지 모른 채, 저녁이 되어 피곤함과 지친 기운이 몰려 들어올 때 가족들이 말 한마디에도 대꾸할 힘이 없을 만큼 지치기도 하는 날들이 있는데, 이럴 때에는 좋아하는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하이 텐션으로 대답이 나오지도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엄마는 자신에게 냉랭하게 대하는 나를 보며, "왜 그렇게 말을 하냐"라고 하면서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소통 잘하는 법/ 가족 간에 대화 잘하는 법/ 나의 인생을 찾는 법"이라는 제목이 연상되는 강연의 유튜브 강연을 틀면서 마치, 나에게 서운한 감정에 보란 듯 엄마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듯 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진짜 기운이 없어서 그럴 뿐인데, 또 저렇게 의미 부여하면서 서운해하네..'라는 속마음과 함께 엄마가 서운해하니까 반성도 하면서, 같이 강연의 영상 내용을 듣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엄마와 대화가 안 되는 순간에는 과거의 추억으로 마음을 달래는 편인데, 엄마는 '영상'이나, '수다'같은 것들로 조금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는 편인 것 같다. 그렇게 엄마가 듣는 강연을 나도 종종 유튜브 채널에서 찾아들어 보다 보면, 독서할 때에는 글자를 읽으면서 글을 읽다 보면 조금 피곤한 기분이 드는 반면에 영상이나 음성으로 듣고 있으니 가끔은 더 쉽게 어떤 내용을 흡수할 수도 있고 조금 더 편안한 상태에서 알지 몰랐던 어떤 생각이나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들었던 그 저녁날의 영상 내용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내 안에는 나도 모르게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가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어른인 우리에게 아직도 있으니... 라면서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의 핵심 내용을 듣고 혼자 이 내용을 생각해보며 엄마에게 무심하게 대하는 나의 모습, 밖에 나가서는 사근사근하면서 정작 가까운 소중한 사람에게는 잘 챙기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는 어떤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있기에 이런 것일까.. 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조금 DEEP 하고 깊은 문제이기에 나중에 더 찬찬히 적어보겠다. 물론, 정말 기운이 없고 대꾸를 할 힘이 나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지만, 보이지 않는 빙산의 뿌리처럼, 내가 유난히 밖에서만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싶기도 한 부분이 있다.
한편 나에겐 큰 어른이었던 엄마에게도, 어쩌면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성장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일들과 경험들이 있진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엄마도 나도, 과거와 현재 속에서 치열한 투쟁을 하며 살아가는 같이 영상 듣는 저녁의 풍경에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의 마음. 동심. (童心)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그 동심의 장점으로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어른이 된 지금도 순수함과 행복함을 더 많이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단점으로는 자라지 않은 그 어린아이 같은 성숙하지 못한 부분과 마음, 감정들이 때로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혹은 나 자신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에도, '어린아이의 같은 마음'이 언급된 구절이 있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어떻게 보면 나이 먹어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다가 세상 이치를 다 통달한 듯 한 어른들처럼 너무 재고 따지고, 재무상태표의 차변과 대변 맞추듯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똑같은 값을 내려는 머릿속 계산력보다 어린아이의 순진함과 순수성을 가진 채로, 조금은 세상을 더 맑고 순진무구하게 보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세상에 쩌들어서 엄마에게 좋은 대답 하나 할 수 없는 캥블리씨는, 차라리 "엄마, 저 오늘 피곤해쪄여 >. <"라고 아이같이 귀여운 애교를 부렸다면 엄마는 조금 더 마음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